2028년 3월8일 한 증권사의 사이버증권거래 사이트.

실버산업 업종에 빨간불이 들어 왔다.

시황판의 빨간화살표는 상한가 표시.

벌써 1주일째다.

노후설계업, 실버주택업, 인생상담업, 건강유지업, 장수의약업, 노인자금
관리업, 크루즈세계관광여행업, 노인인터넷쇼핑몰, 노인의 말동무가 되는
말벗업, 노인창업가이드업이 줄줄이 상한가다.

길거리에는 빨간 자동차를 몰며 흰머리를 날리는 실버드라이버족과 노인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노인패션쇼가 하루가 멀다하고 열린다.

20세기말 소비혁명은 X세대가 이뤘다지만 새 천년에는 실버세대가 주체를
이룬다.

수적으로나 금력으로나 젊은층을 압도한다.

"고령 신인류"는 젊은 시절 소비와 유행을 선도했던 세대.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숙하며 취미와 오락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이 만들어낼 실버시장규모는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의 시장규모를 보고 어림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65세이상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5%가 되는 2020년께
소비빅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연간 80조엔(약 8백조원)에 이르는 지금의 실버산업규모가 두배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도 같은 추세다.

2차대전 전후에 태어난 베이붐 세대가 속속 은퇴, 실버시장을 급속히 팽창
시킨다.

이들은 80~90년대 미국의 경제붐을 주도했던 세대.

여전히 돈도 많다.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의 브루스 해너 교수는 "베이붐 세대는 역사상 가장
돈 많은 집단"이라며 15~20년후까지 "다쓰고 죽는 세대"가 될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이들 세대는 자기가 늙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젊음을 유지하는 데는 돈을 절대 아끼지 않는 소비인이 될 것"
이라고 진단한다.

BMW가 내놓은 "위기의 중년들이 타는 자동차(mid-life-crisis car)"도
이들을 겨냥한 실버자동차의 효시다.

우리나라도 그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하나.

65세이상 노인을 기준으로 한 실버시장 규모는 주거관련 분야만 따져도
2010년에는 9조6천5백9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2000년 4조1천2백70억원의 두배가 훨씬 넘는다.

금융 보험 용구 의류 의학산업 등을 감안할 경우 계산이 아예 불가능하다.

특히 건강과 의료산업이 꽃중의 꽃이다.

노인전문병원 노인검진센터 건강관리센터 의료전문기기 의료요원알선.파견
가정방문건강체크 등 파생상품이 무궁무진하게 나타난다.

건강관리업중에도 낮에 건강을 살펴주는 주간보호시설업, 집안내 건강
간호업, 저콜레스테롤 음식을 대주는 특별케이터링업 등이 효자업종이 된다.

노인들을 위한 신탁, 부동산관리업이 급부상한다.

여행 레저활동을 도와주는 서비스의 미래도 장밋빛이다.

노인들은 자식들이 독립하는 "빈둥우리(empty nest) 시기"동안 여행과
레저활동이 그리워지게 마련.

모험이나 체력관리에 역점을 둔 여행이 인기상품이 된다.

예를 들어 신비여행 과학탐구여행은 노인소비자의 동심을 자극해서 좋다.

또 골프 수렵 민족탐구여행 등이 함께 들어있는 특별기획 여행상품과
동창회 마을회 등 여러사람이 함께 하는 집단여흥기획업도 유망업종이 된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는 미래의 노인은 건강한 만큼 특정한 전문지식의 습득
기회를 주는 상품도 성황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와인제조 필름현상인화 농식물재배 등이 그 예다.

성형수술업 재활서비스업 운동비디오업 등도 뉴밀레니엄 실버업종이다.

장수를 보장하는 "불노초" 의약업종은 "마이더스 업종"이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것은 뉴밀레니엄이 아니어도 인류 최대의
꿈이기 때문이다.

질병퇴치와 노화방지에 효력이 있는 약품은 불티나게 팔려 나갈 것이다.

세계적인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새 천년엔 또 이런 큼지막한 업종만큼이나 짭짤한 재미를 볼 틈새시장도
급성장한다.

"편리"가 노인소비자들의 핵심소비컨셉트가 된다.

집청소대행 집개조 집장식 등의 서비스, 택배서비스, 우편 전화 컴퓨터
연결을 통한 상품구입 혹은 은행업무처리, 잔디 및 정원관리 조경서비스,
스낵류나 냉동식품도 큰 인기를 끈다.

미국의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구인 시몬즈 마켓 리서치 뷰로우는 "은퇴한
노인들이 가장 하고픈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아마도 창업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돈많은 노인들의 창업을 가이드하는 창업업종이 20세기말 인터넷사업처럼
번창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버인구는 각종 기금을 삼키는 "블랙홀"인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낳는
"황금거위"인 셈이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