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또다시
뉴욕 증시의 폭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미국 증시가 공황 상태(패닉)에 빠져들 수 있으므로 각 금융기관들은
준비금 확보등 유동성 대책을 세우라"는 요지였다고 한다.

물론 주가폭락을 경고한 그의 발언이 이날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또 이같은 발언을 한 장소가 미국 통화감사청(OCC)이 주관한 금융감독
회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의례적
언급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뉴욕증시가 현재 결코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있고 지난 수년
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왔던 금리와 환율등 국제금융 변수들이 최근들어
급변하고 있다는데서 거듭되는 그의 경고를 흘려들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인
것도 분명하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내용이 전해지면서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S&P500
선물지수가 1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15일 개장된 아시아 증시들도 대부분
하락세를 보여 그의 경고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반증했다.

문제는 이미 지난 96년부터 미국주가의 과대평가를 지적해온 그린스펀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전문가들도 최근들어서는 "뉴욕다우 10,000포인트 붕괴"를
점차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의 말처럼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게 된다면
이는 엔화와 유로화의 적당한 강세, 그리고 아시아 등 신흥국으로의 해외자본
유입 등 오히려 바람직한 상황을 결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증시가 파열음을 내면서 급격하게 붕괴해버린다면 문제는 외외로
심각해질 수도 있다.

더욱이 뉴욕증시 약세가 지난 90년 이후 9년을 지속해온 미국경기 호황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라도 제공하게 된다면 우리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고 하겠다.

미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1월 회의에서 또 한차례 금리를 끌어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고 뉴욕 주가도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이는
대우해법이 구체화되는 다음달의 우리증시와 경제에도 매우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우리 금융당국은 지금도 투신사 유동성 대책을 마련하고 뮤추얼펀드
만기를 연장해주는등 국내요인에 의한 금융대란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미국 주가 급락 가능성이라는 또하나의 변수가 있음을
당국자들은 고려해주기를 당부해둔다.

강봉균 장관의 말처럼 미리알고 대비한다면 외부의 충격도 어느정도는
막아낼수 있겠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