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창간 35돌을 맞아 "중산층 경제의식조사"를 실시했다.

경제위기로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특히 중산층은 도산 개인
파산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 6.25이후 최악의 시련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직업관에서부터 근로의식 투자행태에 이르기까지 경제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중산층은 위기의 깊은 터널에서 벗어나고있지만 뉴밀레니엄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한경은 KRC 리서치인터내셔널(대표 박영준)과 공동으로 중산층의 바뀐
모습과 정서를 읽어내고 새천년의 좌표설정을 시도했다.

LG정유가 협찬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월27일부터 10월4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전국 6개 도시의 25세이상 남녀 가구주 및 가정주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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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경제위기로 입은 경제적 손실중 절반 정도가 회복되는데 그쳐
생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회복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국가경제가 IMF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원상복귀되는 데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스스로의 사회적 신분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낮아지거나 사회적 신분이 높아지기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소외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수 있다.

국민들의 달라진 생활상을 진단해 본다.

<> 10명중 6명이 하류층 =전체 응답자중 29.3%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자신의 신분이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외환위기 전에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의 비중이 63.7%에
달했으나 2년만에 38.4%로 곤두박질쳤다.

또 스스로를 상류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중도 외환위기 이전의 2.6%에서
0.3%로 줄었다.

하류층이라고 여기는 비중은 33.7%에서 61.3%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경제위기 이후 사회전반에 신분계층 몰락현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지역별로는 대구(69.9%), 대전(66.7%), 부산(65.9%) 지역이 스스로를 하층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졌다.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광주(46.4%), 서울(41.3%), 인천(40.6%)
등에서 높게 나왔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과 30대가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중산층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늘어나 소득수준과
사회적 신분인식간엔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신분을 하락시킨 주범으로는 74.1%가 소득감소를 지목했다.

실직(24.9%)과 자산가치 하락(21.2%) 등도 공범대열에 올랐다.

이에따라 경제적인 위축감이 사회적인 소속감에도 강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평균 소득이 1백만~3백만원의 중류층인 경우 소득감소가 주된 신분하락
요인으로 조사됐다.

반면 하류층인 경우 실직 때문에 신분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42.1%
에 달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신세대인 경우 42.9%가 실직으로 신분이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경제위기 이후 신규 대졸실업자가 급증한데 따른 결과다.

<> IMF 피해는 절반극복 =IMF 체제에 들어가면서 4명중 3명꼴로 직접적인
경제적 손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가구당 손실액은 평균 5천1백83만원에 달했다.

사업실패로 손해를 본 사람이 26.4%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월급 및 보너스 감봉(24.1%)과 실직(19.4%), 부동산손실(16.6%),
예금손실(11.1%), 유가증권 손실(10.7%), 보증책임(8.2%) 등의 순이었다.

피해액으로 봐도 사업실패는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부동산 가치하락, 연대보증책임, 유가증권 손실 등이 뒤를 이었다.

한때 사회적인 문제가 됐던 보증과 일반투자가의 주식투자 붐 등도 가계에
적지 않은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손실액중 44.7%를 회복한 것으로 조사
됐다.

이중 유가증권으로 인한 손해는 증시회복세에 힘입어 모두 만회하고 현재는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회복정도는 아직 미진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지역별 회복률을 보면 서울이 50.6%, 부산 48.4%, 대전 39.7%의 순이었다.

광주와 대구가 각각 15.5%와 17.7%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도시규모가 큰 서울과 부산에선 회복정도가 높은데 비해 대구와 광주는
아직 경제위기의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인 경우 IMF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임시계약직에서 정식직원으로 신분이 바뀌거나 채용문이
넓어진데 따른 결과다.

소득별로는 월평균소득이 1백만원을 밑도는 가구인 경우 손실액중 14.4%
만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 체제에 따른 손실회복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실직경험률은 19.4%인데 비해 실직후 재취업한 경우는 4.8%에 그쳤다.

현재 가장이 실업상태인 가구는 전체의 8.1%에 달해 장기실업구조가 고착화
되는 경향을 보였다.

<> 흔들리는 직장 =직장에 대한 가치관이 변한 것도 경제위기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이다.

직장인중 30.1%가 현재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수 있는 기간을 "3년 이하"
라고 응답했다.

월평균 소득이 1백만원 이하인 경우 3년 이하로 단기적으로 보는 시각이
51.7%에 달했다.

저소득층일수록 심각한 고용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고용불안은 직장선택의 기준을 바꿔 놓았다.

직장을 고를때 절반이 넘는 53.4%가 "안정성"을 꼽았다.

직장을 선택할 때 임금수준이나 복리 등 눈앞의 "당근"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을 더 중시하게 됐다는 뜻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업기회가 불리한 여성이나 고연령층 및 저소득층일수록
직장의 안정성을 중요시했다.

남자 저연령층인 경우엔 상대적으로 실력발휘나 교육기회 등을 직장선택의
주요 요인으로 드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 중산층 복귀엔 비관적 =중산층으로 복귀하는 시기에 대해 전체의 69%가
5년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2년안에 중산층으로 재진입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8.3%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일수록 5년이상으로 길게 내다보는 비율이 높았다.

월 소득이 1백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경우 72.2%가 중산층 진입에 5년이상
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낙관적인 경기회복 전망에 비해 국민 스스로의 사회적 신분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인 경제회복 못지않게 국민들의 심리적인 박탈감을 회복하는게 중요
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