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금융업은 최첨단의 서비스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보기술 발달과 새로운 문명의 등장으로 21세기 금융업의
틀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의 흐름을 중개하고 산업자본을 조달하는 전통적 의미의 금융업은 극히
일부만 차지할 뿐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신인류의 등장,물질적 자산보다는 지식을 더욱
중시하는 정보화사회의 등장은 금융업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을게 분명
하다는 얘기다.

21세기 금융업을 새롭게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는 정보기술(IT)의 발달이다.

금융연구원 최흥식 부원장은 "IT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게 되면 금융업의
업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며 "자금조달 및 운용이나 지급결제 위험관리
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정보와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 서비스업종
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 금융업은 단순히 "돈을 예치하거나 대출받는 곳"만은 아니다.

모든 정보가 금융기관으로 모인다.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전자화폐까지 등장하면 모든 거래가 금융기관에 집중
된다.

일상 생활정보가 속속들이 금융기관에 전달된다.

정보의 중요성은 금융기관의 모습을 바꿔 놓는다.

커다란 금고를 갖추고 총을 허리에 찬 경비원을 세워둘 필요가 없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금융기관 점포의 역할을 떠맡을 수 있다.

조흥은행 경제연구소 권완상 실장은 이와 관련, "은행업(Banking)은 계속
살아남겠지만 은행(Bank)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정보가 유통되는 사이버 뱅킹이 전면에 등장할수록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춘 "전통적인 의미의 은행"은 점점 설 땅을 잃어간다.

21세기 금융기관간 경쟁은 현실공간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더욱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도난당하지 않는 보안성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사용하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사이버공간 경쟁에서 앞서 나간다.

이미 국내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인터넷뱅킹시장 선점경쟁에 나섰다.

신한 하나 주택은행은 인터넷에서 대출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연말까지 모든 은행들이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21세기 금융업에는 국경도 의미가 없다.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외국 자본과의 제휴에 적극적이
됐다.

주택은행은 네덜란드 ING와 자본제휴했고 국민은행은 골드만삭스로부터
자본을 유치했다.

제일은행은 아예 외국 금융기관으로 넘어갔다.

국민생명도 뉴욕라이프에 매각됐다.

시티 홍콩상하이(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에서 영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국경 없는 사이버 공간이 금융업의 글로벌화를 더욱 확산시킨다.

국내에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사라지고 글로벌스탠더드가 새로운 기준
으로 자리잡는다.

금융기관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은행 보험 증권의 영역구분도 의미가 없어진다.

제휴와 합병이 거세지고 사이버공간과 현실공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들만 살아남는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써야 하는 기업들은 투자판단 단계에서부터 은행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투자결정에 직접 개입한다.

금융기관이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 기업은 투자하기가 불가능
하다.

정보수집능력과 신용평가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은행들이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새로운 금융자본이 탄생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천년대 한국의 금융산업이 선진국형으로 점차 변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규제완화와 국제화로 금융기관들이 대형화되고 은행 보험 증권 업무를
함께하는 유니버설 뱅킹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급속히 재편된다.

은행들은 3~4개 선도은행 중심으로 바뀌고 지방은행은 2~3개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회사와 종합금융회사 보험사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된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