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 35주년 뜻깊은 날에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심정입니다.

지난 오랜 세월동안 저의 전공분야는 세가지로 요약될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시경제학, 둘째는 산업조직론, 셋째는 경쟁정책입니다.

경제개발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독점문제가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75년 우리나라에 물가안정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습니다.

물가를 정부가 직접 규제함과 동시에 시장에 경쟁을 도입해서 담합을 막자는
모순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시장의 힘이 커지니까 이를 이용해서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정부 방침이 세워졌습니다.

이에따라 79년에 독자적인 공정거래법 제정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79년 경제과학심의위원회에서 프로젝트를 받아 한국산업의 독과점구조와
그 규제방안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촉진제가 돼 80년말에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입니다.

전경련 등에서는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80년12월 임시입법회의
에서 제정이 됐습니다.

임시입법회의에서 이 중요한 법이 됐다는 것이 딱한 일입니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독점금지법은 이해관계 때문에 국회에서 제정하는데
굉장히 힘이 듭니다.

일본에선 미군사령부의 명령하에 48년에 제정됐고 독일엔 스스로 맡겨
놓으니까 58년에야 제정됐습니다.

그만큼 국회에서 만들기가 어렵다는 얘기이지만 한편으론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81년부터 이 법이 시행되고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경제력집중억제와 재벌규제에 관해 공정거래법에 중요한 개정이 86년에
이뤄지는데 제가 위원인데도 불구하고 관여할수 없었습니다.

도저히 관료체제 밑에서는 일을 합리적으로 할수 없다고 생각해 사임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경제력이 점점 집중되고 장점과 아울러 단점이 노출되게 됩니다.

재벌에 대한 논의가 중구난방이었기 때문에 실상을 분석해 92년에 "한국
재벌 부문의 경제분석"이라는 책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두가지가 요점입니다.

첫째는 공정거래법개정을 통해 경제력집중이 완화되고 있다는데 실제론 더욱
집중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재벌대책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일일이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공정거래 경쟁정책 독점금지정책이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언론이나 정부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경제환경이 세 가지 점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내적으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재벌에 대한 대책을 판가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재벌을 해체하거나 규제하려 하기 보다는 재벌의 존재방식 존재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벌이 앞으로 어떻게 21세기 변화에 적응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되
이에대해 정부가 또 하나의 규제에 의해 재벌에 외부적인 손을 가하는 것
보다는 내부적으로 재벌이 개혁될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데 힘을 써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기적으로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막고 장기적으로 기업이 살아
나가는 기본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외부적인 환경입니다.

지금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시대라고 합니다.

국경이 없어지고 종전과 같은 시장의 개념이 없습니다.

넓은 시장입니다.

각국이 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종전과 같이 시장집중률 등을 갖고 독점기업이나 경쟁제한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시장의 경계가 없어지는 세계화의 21세기에 있어서 우리나라 경쟁촉진정책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바뀌어져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하버드스쿨 산업조직적 입장이 아닌 시카고 학파의 다이나믹한
입장에서 정책을 추구해야 할것입니다.

세번째는 기술변화입니다.

정보통신산업을 비롯해서 엄청난 속도로 기술이 변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품에선 전에 생각하던 상품의 개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상품이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단일상품이라는 개념 갖고는 대처할수 없는 조직된 상품, 시스템적 상품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보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경쟁정책은 이러한 기술혁신에 플러스가 되도록 하되 어떻게 균형
있게 추진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난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의 경쟁정책을 바탕으로 하되 21세기를 맞이해서
재벌이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주체인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도록 하는 경쟁정책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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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교수의 학력 및 경력 <>

<> 23년생
<> 서울대 문리과대 정치학과 졸업
<> 미 위스콘신대학원 경제학 석사
<> 서울대 경제학 박사
<> 전남대 상대 부교수
<> 서울대 상대 교수
<> 조선대 총장
<> 한국산업조직학회장
<> 한국개발연구원 이사장
<> 한국경제학회장
<> 서울대 명예교수(현)
<> 학술원 회원(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