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기업의 환경 ]

새천년의 문턱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변혁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도 기업들이 변화의 충격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제도적 환경의
변화다.

"5+5 원칙"으로 통칭되는 기업구조개혁 정책이 다른 어떤 변화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5+5" 원칙은 98년1월 정부와 대기업간에 합의한 "기업구조개혁 5대원칙"과
지난 8월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발표된 "5대 후속조치"를 말한다.

이중 기업구조개혁 5대원칙은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기업 설정 <>지배주주 및 경영자 책임 강화 등이다.

또 5대 후속조치는 <>제2금융권 지배구조개선 <>기업지배구조개선 <>순환
출자 억제 <>부당내부거래 차단 <>변칙 상속.증여 방지 등이다.

정부의 이같은 개혁조치들은 주된 목표를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끊는데
두고 있다.

지배구조개선과 재무구조개선 대상에는 일반 상장기업과 중소기업까지도
포함되지만 순환출자 억제, 부당내부거래 방지 등 대부분의 조치는 재벌을
겨냥하고 있다.

"시장이 더이상 재벌을 원하지 않는다"(김대중 대통령)는게 그 이유다.

"계열기업이라고 해서 물건을 비싸게 사주거나 반대로 싸게 공급해 주는
식의 선단식 경영으로는 날로 격화되는 세계기업간의 경쟁을 헤쳐 나갈 수
없다"(변양호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물론 이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연세대 유석춘 교수는 화교재벌을 예로 들며 "시장과 재벌은 얼마든지
양립가능하다.

왜 미국식 경영만이 대안이 돼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정갑영 연세대교수도 "기업은 투명성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조직이며
효율성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며 선진국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복사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화학부문에 편중된 한국기업들로서는 어느 정도 비관련 다각화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는 시각도 있다.

이런 반론에도 불구하고 "5+5" 원칙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등 기업들의
자율적인 노력과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통해 하나하나 제도화돼 가고 있다.

먼저 경영투명성의 제고를 위해서는 상장법인 및 30대 그룹 계열사에 대해
소수주주, 채권자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외부감사인선임위원회"가 의무화
됐다.

결합재무제표도 99사업년도부터 조기도입됐다.

상호채무보증은 98년 4월1일부터 신규보증이 금지되는 한편 기존보증도
2000년 3월말까지 해소토록 했다.

재무구조개선 조치로는 5대 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
99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6-64대 계열에 대해서는 기업개선작업(workout)이 진행중이다.

5대 그룹은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빅딜"을 통해 사업을 교환
하기도 했다.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성확립,그리고 지배구조개선을 위해서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해 2001년부터 사외이사선임이 의무화됐다.

대표소송 등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요건도 크게 완화됐다.

일정규모 이상의 제2금융권 금융기관들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를 두게
됐다.

순환출자를 억제하는 방안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부활돼 200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공정거래위원회는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수차에 걸쳐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여 오고 있다.

이같은 개혁조치들에 대해 재계도 일단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가 아니더라도 경쟁환경의 변화에 따라 본능적으로 기업
스스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정태승 전경련 전무)는 얘기다.

정 전무는 그 사례로 환란이전부터 재계가 "핵심역량" "캐쉬플우(현금흐름)
경영" "아웃소싱" 등을 화두로 삼았던 사실을 상기시킨다.

핵심역량은 핵심사업 선정을, 현금흐름 경영은 재무구조 개선을, 아웃소싱
은 내부거래 억제를 위한 자발적 노력이라는 설명이다.

정 전무는 다만 "정부가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게 재계의 불만"이라고 지적한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 특별취재팀 ]

<> 최경환 논설위원겸 전문위원
<> 임혁 박민하 기자(경제부)
<> 이익원 기자(산업1부)
<> 이의철 기자(정치부)
<> 박재림 기자(국제부)
<> 김홍열 기자(증권부)
<> 강동균 기자(문화레저부)
<> 조남규 기자(편집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