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자격증 시대다.

개인의 능력을 학력으로만 평가하던 시절은 지나간지 오래다.

당장 외환위기를 치르면서 학벌의 중요성은 퇴색하는 기미가 역력하다.

명문대학 졸업자라도 외국어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 등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컴퓨터 정보기술 등과 관련한 자격증을 갖고 있다면 급여와
근무조건을 따져가며 회사를 고를 수 있다.

억대의 연봉과 스톡옵션까지 챙겨 "청년재벌"의 신화를 이룰 수도 있다.

앞으로도 인간관계에서 학교와 출신지 등을 따지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식과 정보가 더욱 중요시될 새 천년에는 자격증으로 개인의
가치를 먼저 매기는 의식과 관행이 확립될 것이 분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간에 서비스 교류를 자유화하자는게 국제적인 흐름이다.

기술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에게 더이상 국경은 "장벽"이 아니다.

희망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된다.

지난 96년부터 호주의 주도 아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인재양성
위원회(Human Resource Development)에서는 역내 국가 기술자를 APEC
엔지니어로 상호인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미숙련 노동자나 단순 이민의 국경간 이동은 현재보다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달리 말해 괜찮은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국내외적으로 "왕따"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같은 흐름을 반영, 자격증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개방과 경쟁을 통해 자격증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 자격증 제도 어떻게 바뀌나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기능사 기사 등
5백67개 기술기능계 자격증을, 상공회의소에서 컴퓨터활용능력 워드프로세서
등 32개 사무관리분야 자격증의 검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인력공단과 대한상의가 5백99개 기술자격증의 검정업무를 독차지해 왔던
것이다.

빠르면 내년부터 이같은 독점수탁체제가 무너진다.

시장경제원리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가 빠른 종목이나 전문사무서비스 등 검정에 따른 수익성이
보장되는 종목부터 능력을 갖춘 다른 민간기관도 뛰어들 수 있도록 한다는게
정부와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이다.

국가기술자격증의 남발을 막기 위해 신설 기준도 마련한다.

대체로 <>전국적으로 통용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에 직결되거나
고도의 윤리성을 요구하는 자격 <>민간기관에서 공신력 있는 자격증을 발급할
수 없어 시장의 실패가 우려되는 분야 등이 신설 대상이다.

민간자격업체의 숙원이었던 민간자격증에 대한 국가공인 작업도 본격화된다.

자격정책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자격관리정책 심의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공인대상 민간자격증과 민간기관에 검정업무를 맡길 만한
국가기술자격증 종목을 확정한다.

현재 민간자격증 공인기준으로 <>기술변화 등으로 국가자격으로는 운영하기
어려운 분야 <>직업교육훈련과 직무수행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분야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인민간자격증 취득자에게는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을 딴 사람처럼 수당
지급 등 동등한 혜택을 주도록 할 방침이다.

대신 공인민간자격증의 질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자격유효기간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일정한 기간마다 재평가한다는 얘기다.

그 결과에 따라 국가자격증에도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중복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가기술자격법"과 "자격
기본법"이 가칭 "자격관리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 통합된다.

자격 관련 행정을 체계화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흐름 속에 정부는 사무서비스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으로 직업상담사
사회조사분석사 국제회의기획사 전산회계사 등 4개를 신설했다.

내년에는 컴퓨터애니메이션 전문가등 이공계 관련 자격증을 신설할 계획
이다.

<>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격증의 중요성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지난 73년 국가기술자격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1천만명이 국가기술
자격증을 획득했다.

개별 법에 의한 자격취득자까지 포함하면 1천8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
된다.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의 자격 관련 규제개혁 조치로 국가자격증과 민간자격증
이 경쟁을 하게 됐다.

제대로 운영된다면 약점인 경직성과 낮은 신인도를 서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흐름을 제때 반영한 자격증이 신설되면서 자격증 특수도 기대된다.

물론 부작용도 우려된다.

국가 공인을 노린 민간자격증 업체간의 다툼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면 선전효과는 최고다.

유사 자격증이 많다면 공인받지 못한 자격증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진다.

생존을 위한 일부 업체의 과장 및 허위광고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크다.

자격증 개혁 작업은 민간자격증 업체들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다 줄
것이다.

따라서 자격증 취득 희망자들은 시험을 보기 전에 시험시행 주체의 신뢰도
와 자격증 취득자의 평가 등을 알아보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 최승욱 기자 swchoi@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