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내일 시작된다.

매년 국감이 시작될 때마다 이번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지 하는
국민적 기대를 번번이 외면해온 국회지만 이번 국감에 우리는 다시한번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수 없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마지막 국감인만큼 낡은 정치적 관행을 털어버린다
는 새로운 각오로 여야가 협력해 한 세기를 의미있게 마감하길 바라는 마음
에서다.

우리가 특별히 여야 협력을 당부하는 것은 이번 국감 결과가 내년 4월의
총선과 연계될 전망이라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야간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
이다.

국민회의는 국감 이슈를 "개혁"으로 몰아간다는 전략아래 재벌 및 공기업
구조조정 등을 중점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자민련은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안보태세를 집중 점검,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해 차별화를 시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실정과 정책혼선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도청.감청과 계좌추적 남발, 파이낸스 부실문제 등을 부각시켜 여권과
민심간의 거리를 확실히 벌려놓겠다는 전략이라고 들린다.

이처럼 여야가 당리 당략에 얽매여 국정에 대한 생산적 감사보다는
동상이몽의 정략적 게임에만 열중한다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더욱이 이번 국감에는 주가조작 의혹, 합병비리, 5대그룹 구조조정 등과
관련, 그룹 총수들을 비롯한 많은 기업인들이 증인이나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게 돼있어 이들을 둘러싼 여야간 정치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현장의
분위기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IMF터널을 통과하기에 지치고 찌든 국민들에게 국회가 희망과
용기는 주지 못할 망정 한세기를 마감하는 마당에서까지 싸움질로 일관해서야
될말인가.

이제 우리 국회도 경제 사회 각 분야의 경쟁력 향상 노력에 적극 동참해
정치 또한 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국감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국정담당자들에 대한 책임추궁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대안들을 제시함으로
써 국정의 방향을 올바르게 유도하는 "정책감사"가 국감의 핵심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와 민생분야를 챙기는 일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주길 바란다.

거듭 당부하지만 더이상 국민들을 정치권의 소음에 시달리도록 해선 안된다.

비방과 세싸움으로 국감장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신물나는 추태를 이번 기회
에 말끔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최소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라는 오명만이라도 벗어던지고 새로운
천년을 맞았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