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가의 바닥은 어디인가.

미 증시가 최근 끝모를 하락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달갑지 않은
기록이 수립됐다.

지난 한주일 동안 주간 단위로 사상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주말인 24일 다우지수의 종가는 10,279.33으로 일주일새 5백24.3포인트
(4.85%)나 떨어졌다.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로 미 증시가 요동쳤던 작년 8월 마지막주의 최대
하락폭(4백81.97) 기록을 1년여만에 갈아치웠다.

지난 21일 이후 나흘 연속 크게 떨어지고 있는 다우지수는 이로써 지난
8월 25일 사상 최고치(11,326.04)를 수립한지 한달도 채 안되는 사이에
1천포인트 이상(9.24%) 급락했다.

미증시의 하락세가 가속화되자 증시 낙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점차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증시가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짧아도 며칠, 길게는 몇주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부진에 빠진 것은 대형 우량주 위주로 돼있는 다우지수 구성 종목들
뿐만이 아니다.

신예 첨단주들로 이뤄져 있는 나스닥 지수도 한주일새 4.5%나 빠졌다.

각 업종의 주요 주식들을 두루 반영하고 있는 S&P 500지수 역시 4.35%
하락했다.

최근 미 증시가 업종과 기업의 크기를 막론하고 동반 침체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도 증시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다우지수의 동향이다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10%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10,500포인트 밑으로
뚝 떨어진 것은 결코 가볍게 볼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월가에서는 단기간 하락폭이 10-15%를 기록할 경우 이를 "조정(correction)"
으로 해석한다.

낙폭이 20%를 넘어설 때는 불황국면이 시작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잣대로 따지면 미 증시의 장래를 걱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다우지수 10,500을 "기술적 지지선"으로 보아왔다.

주가가 그 밑으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추가적인
주식투매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렇게 되면 증시가 꽤 오랫동안 하락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10,500 마지노선"이 지난주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다.

미증시가 이렇듯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 요인은 많다.

고질적인 무역적자가 8월중 또다시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주택매매가 2개월
째 감소하는 등 부동산시장에서마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장 업체들의 수익 전망도 별반 신통치 않다.

그럼에도 인플레우려가 가시지 않음에 따라 통화당국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더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

게다가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미국 증시로 끌어들이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던 달러 가치도 하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어느모로 보나 증시에는 "사면"이 "초가"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3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사장이 "미국의 기술주
들이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과대평가돼 있다"는 폭탄성 발언을 함으로써
주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올들어 미증시를 이끌어온 첨단기술주들에 대해 "주가 거품빼기"를 촉구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미 증시는 당분간 더 홍역을 앓아야 될 모양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