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고저지 G7개입형태 가시화 ]

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시장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감케 했다.

당초 합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과 일본간의 시장개입과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이 무산되면서 국제투기자금들이 엔화표시 자산에 몰렸다.

이에 따라 1백8엔대까지 밀렸던 엔화 가치는 재차 1백3엔대의 강세국면으로
반전됐다.

유로화 가치는 엔화 매입을 위한 유로화 매도에도 불구, 유로랜드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1.03~1.05 달러대가 유지됐다.

국제금리는 일본 국채시장에 투기자금이 몰리면서 미 금리상승-일 금리하락
의 양극화 현상이 재현됐다.

이번주 국제금융시장의 최대관심사는 엔고 저지를 위한 서방선진 7개국(G7)
의 시장개입이 어떤 형태로 가시화되느냐는 점이다.

이 문제의 관건은 역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받아들여 내수부양을
적극 모색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일본이 미국을 위시한 G7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불확실하다.

현 시점에서 엔고가 저지될 경우 일본은 수출이 회복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엔고 저지의 대가로 통화량이 증발될 경우 거품재연과 투자감소라는
부담을 치러야 한다.

새 천년이 코앞에 닥침에 따라 국제기채시장에서는 밀레니엄 과제에 대비한
세계 각국들의 현금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Y2K에 따른 금융혼란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 일본이 금년말까지 각각
2천억달러, 40조엔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해 나갈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개도국에 대한 대출회수 압력과 가산금리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금리체계 유지차원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꾸준히 논의될
것이다.

이번주 국제금융변수에 영향을 줄만한 경제지표로는 30일 발표되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수정치와 유로랜드의 무역수지이다.

다음달 5일 연준리(FRB) 회의를 앞두고 2분기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경우
주중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급부상될 것이다.

반면 예상대로 유로랜드의 무역수지가 줄어들 경우 유로금리 인상논의가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이번주 엔화 가치는 1백2~1백5엔, 유로화 가치는
1.04~1.05달러대에서 중심선(pivot value)이 형성될 것이다.

국제금리는 미.일 금리를 중심으로 3국간의 금리스프레드 확대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추석연휴로 3일만 개장된 국내외환시장은 이번주에도 1천2백원대를
중심으로 한 기존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의지가 시장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1일에는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가 시행된지 6개월을 맞는다.

당초 우려했던 투기자금의 교란가능성, 국부유출과 같은 부작용은 발생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좋은 평점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시행전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외환당국이 자유화 조치를 추진한 가장 큰
목적은 외환시장의 중층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외환거래 규모가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외환시장의 하부기능이 확충되지 않고 있다.

당초 이달말까지 약속했던 투기자금 규제를 위한 외환전산망 확충과 많은
예산을 들여 설립한 국제금융센터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화자금 관리와 관련해서 현재 한국은행, 재경부, 국제금융센터로
제각각 분리되어 겉돌고 있는 점이 문제인 만큼 차제에 일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