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은행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연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세계 경제개발에 대한 분석 평가가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 국제기구가 발표한 98년도 세계경제개발 종합보고서는 둘 다 통계분석
을 기초로 작성됐지만 그 내용과 시각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자의 경우 지난해 세계은행이 세계경제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강조하고
있다.

98년도 전체 차관의 반 이상은 후진국 빈곤퇴치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투입
됐다.

수혜국 정부와 현지 프로젝트 책임자, 비정부기관, 사회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파너트들간의 유대관계도 긍정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한다.

세계은행은 빈국 채무탕감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올해 290억달러에
달하는 차관의 34%는 98년 경제위기로 타격을 입은 동남아 국가에 지원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부패퇴치와 관련해서도 세계은행은 내부 개혁은 물론 외부에까지 부패일소
운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자화자찬 일색의 긍정적 보고서다.

반면 유엔무역개발회의 보고서는 선진국의 이기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 원자재 시장 가격 하락의 최대수혜자는 바로 선진국이라고
지적했다.

98년 OECD회원국은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6백억달러가 넘는 이익을 얻었다.

이 액수는 99년 선진국의 대후진국 지원보조금보다 많은 규모다.

또 지난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대륙의 평균 국가생산량은 97년에 비해 7%
감소했다.

즉 선진국은 후진국의 희생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운다는 것이 UNCTAD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세계의 균형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선 선진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은 흑자재정의 일부 여유분을 세계경제개발 기금으로 내놓고 유럽
연합(EU)도 긴축예산정책을 완화시켜 개도국의 숨통을 어느 정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미빛 세계은행 보고서와는 너무나 다른 내용이다.

세계은행과 유엔무역개발회의의 근본 기능과 역할은 물론 다르다.

하지만 이들 단체의 지위가 국가의 범위를 넘어선 국제기구란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판이한 세계경제 평가 보고서가 나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국제기구간에 상호협력이나 대화가 차단돼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함께 자리에 앉아 의견교환은 못할지라도 상대방이 발표하는 통계 및
연구분석 보고서를 읽어봐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