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유학가 있는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압구정동 화교경제인연합회 사무실에 모인 한국화교들은
대만에 유학가 있는 대학생자녀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안절부절이었다.

이들중 일부의 입에서는 "한국에서 취직만 할수 있었어도 대만에 유학보내지
않았을텐데..."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한국에 살고 있는 화교는 모두 2만5천여명.

이들은 매년 5백여명을 대만에 있는 각 대학으로 유학보내 현재 2천5백명
가량의 유학생이 머물고 있다.

최근 들어서 제도상 화교차별정책이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화교들에게는
한국이 여전히 취직하고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한국 화교들은 자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만이나 미국등지
로 유학보낸다.

그들중 5%미만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취업이 안된다는게 그 이유다.

그렇지만 화교들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 지난 5월 출범한 화교경제인연합회는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에 호응해 송도 차이나타운 등에 화교자본을 유치하는데 열심이다.

이날 화교들이 모였던 것도 10월6일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화상대회에 참석, 화교자본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
였다.

그래야 한국경제도 살고 한국 화교 자신들도 살수 있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 터져나온 타이완 지진사태는 화교들이 한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타이완 지진사태로 반도체특수가 예상된다"는 점을 강조한 언론보도는
이들에게 한국이 아직도 먼 나라임을 인식시켜줬다.

사실 대만사태로 이익을 보는 국내기업이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기업도
있다.

대만에 액정디바이스와 컴퓨터 입력장치, 합성섬유 등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의 영업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타이완으로부터 자본설비를 수입하던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번 강진으로
설비수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설비증설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경제엔 항상 양면성이 있다.

경쟁이 있는 한편 공생의 논리도 있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의 119구조대가 대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니 다소 안심이다.

< 김성택 경제부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