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의 한 재정분석가는 사용중이던 소프트웨어에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그는 영국의 한 회사에 E메일을 보내
버그(오류)를 고쳐 달라고 요청한다. 런던의 프로그래머는 컴퓨터를 켜고
위성을 통해 뉴욕에 있는 워크스테이션 컴퓨터에 접속, 아침까지 프로그램을
복구해 놓는다. 수고비는 뉴욕에서 런던으로 전자결제된다"

이 가상 시나리오는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다.

글로벌화, 디지털화가 역사상 유래가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
이다.

글로벌화라는 도도한 역사의 물결앞에서 미래학자들은 국가시대의 종말을
예언하고 있다.

경쟁의 주체가 바뀐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대 가장 큰 특징중 하나다.

이미 경쟁의 주체는 국가에서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국경선이 희미해지면 정부의 위상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시대는 곧 정보기술의 시대다.

따라서 기술변화속도에 대한 대응력이 약한 정부보다는 기업이 자연스럽게
경쟁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글로벌시대의 시장은 국내시장에서 세계시장으로 넓어진다.

한국 기업이란 국적의 개념은 의미가 없다.

한국 시장에서도 수많은 무국적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수출을 늘리는 것보다 다른 지역의 기업들과 합작을 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게 중요해지는 이유다.

산업간 경계도 무너진다.

휴렛팩커드(HP)의 한 임원은 "앞으로 가장 큰 규모의 전자산업은 자동차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급 자동차일수록 전자장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계산업이던 자동차산업이 메카트로닉스라는 새로운 사업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다.

생명공학 산업은 기존의 1,2,3차산업이 통합된, 이른바 "시스템 산업"이란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교육(Education)과 여흥(Entertainment)을 합친 에듀테이션(Edutainment)
산업이 떠오른다.

또 재택근무가 늘어난다는 것은 가정과 사무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있다.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산업경제환경의 변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깊이에 끝이 없고 넓이에 한계가 없으며 변화속도에 최후가 없는 환경"
이다.

그 환경에서 수확체감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늘어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농산물이나 공산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쟁의 주체인 기업들은 글로벌시대로 옮겨가면서 변신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초일류기업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글로벌 시장을 상대하지 않고선 성장이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경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글로벌시대에는 경영의 패러다임이 총체적으로 재확립돼야 한다.

통제와 감독위주의 경영권은 참여와 코치위주로 변해야 한다.

수직적인 계층구조는 유연한 수평적 구조로의 전환을 요구받는다.

종업원들의 자세도 경쟁적인 자세에서 협조적인 자세로 탈바꿈해야 한다.

자율적 의사결정 고객중심의 경영구조 품질과 서비스의 총체적 관리 등이
새천년의 일류기업에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업에만 그같은 요구를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기업은 사회라는 "태반" 위에서 자라나게 된다.

사회 전반이 글로벌화하지 않고선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글로벌 시대에는 사회 전체가 체질 개선의 요구받는다.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언어인 영어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혹자는 영어의 조기교육을 주장하고 또 혹자는 영어 성적이 일정수준 이상
인 경우에만 학생들의 졸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국가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영어재교육이
최대의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영어에 가장 익숙한 나라이지만 자신들의 "싱글리쉬"로는
세계 일류로 나아갈 수없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컴퓨터 실력은 필수적이다.

한 대학총장은 한국인이 일본인을 당장 앞설 수 있는 분야는 컴퓨터와
정보통신분야라고 진단한다.

<> 새 천년에는 글로벌 시티즌(세계시민)이란 개념이 등장할게 뻔하다.

따라서 글로벌 시대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느나라에 가서든지 환영받을
수 있도록 세계시민으로서의 교육, 인성과 예절교육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예의는 새 천년에도 유용할 수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산업화과정을 통해 상실한 고유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는다.

<> 글로벌 시대는 네트워크 사회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조(팀워크)가 필요한 사회다.

동창회 향우회 전우회의 폐쇄적인 협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보다 개방된 조직속에서도 팀워크를 키워 나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있다.

<> 글로벌 시대는 지식사회이며 두뇌경쟁의 사회이다.

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기업가 정신이다.

가령 한국인은 상사가 설렁탕을 주문하면 "저도요"로 끝난다.

한국인은 차이를 싫어하며 모방을 즐긴다.

개성이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두뇌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