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석 <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1899년 한반도에서 새시대를 알리는 힘찬 기적이 울린뒤 1백년이 지난 지금,
이 땅에는 또다른 기적소리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천년을 준비할 고속철도사업이 그것이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부고속철도사업이 요즘들어 매스컴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우리 속담을 따로 빌리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금년말에는 천안~대전간 구간이 완공돼 시험운행이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고속철도는 70년대 초반 경부축에 새로운 철도의 필요성이 대두된 지
10년만에 구상이 시작됐다.

89년 5월에는 단군이래 최대 역사로 일컬어지는 이 철도의 착공을 결정하게
됐다.

경부고속철도사업은 한때 사업의 본질과는 다른 측면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시작되면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또 대내외적으로 시대적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1백년 철도역사를 가진 나라 답게 고속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새 천년을 알차게 꾸려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고속철도사업 역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새천년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매우 귀중하고 가치있는 준비과정이다.

20세기 막바지에 일어난 지구촌 수송시장의 변화를 살펴볼 때 고속철도는
21세기에 다가올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이 될 것이다.

우선 89년 독일의 동서를 가로막았던 장벽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탈냉전은
철도로 하여금 새로운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국경을 염두에 두고 운영되던 과거에는 수송량과 방법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경의 개념이 허물어지면서 시장은 대량.고속수송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두가지 필요성에 부응할 수 있는 수송시스템은 빠른 속도(고속)의
철도 밖에 없다.

특히 고속철이 완공될 경우 국경을 초월한 국제수송이 가능하게 된다.

대륙연계철도인 TCR TSR TAR 등과 연계할 경우 21세기엔 국제적 수송망
구축에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의미에서 고속철도 건설은 대륙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남북을
철도를 통해 하나로 꿰는 사업이 될 것이다.

둘째는 지구환경문제다.

환경문제는 대부분 에너지 사용 때 발생되는 공해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에너지 사용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송부문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로 연 15%씩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서울~부산간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수송수요가 많은 축이다.

고속철을 건설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라는 두가지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셋째 날로 확대되고 있는 철도운영 적자에 대한 문제다.

50년대부터 자동차가 주요 수송수단으로 등장하면서 1900년대 초반에 건설된
인프라를 사용하는 기존 철도는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고속철은 각국에서 "철도사업은 적자"라는 인식을 깨고 순익을
실현하고 있다.

효율성이나 환경, 경영 등 모든 면에서 고속철도는 당면한 교통과제를
해결하고 다가올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다.

1백년의 잉태기를 거쳐 탄생하는 고속철도에 새천년의 기대를 걸어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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