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영씨 약력 ]

<> 63년 도쿄출생
<> 도쿄음대 졸업
<> 84년 도쿄윈드앙상블 지휘자
<> 92년 모스크바음악원 입학
<> 97년 러시아국립오케스트라 부지휘자, 99년 수석객원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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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라빈스키 스베틀라노프 로제스트벤스키 페도세예프 등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지휘자 계보에 외국인이 발을 들여 놓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슬라브민족의 정서와 러시아 음악의 전통을 외국인이 제대로 소화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지난 97년 재일교포출신 지휘자 박태영(36)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국립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선임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달부터는 수석객원지휘자로 승진해 국립오케스트라내 2인자 자리를
굳혔다.

그가 최근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임지휘를 맡기로 해 국내 음악계
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관객들은 나를 태(Tae)란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러시아
음악계가 나를 가깝게 여긴다는 반증이지요. 정작 고국땅인 한국의 관객과
음악계가 어떻게 바라볼 지 조금은 부담스럽고 긴장됩니다"

박태영은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함께 한 "윤이상과
바로크앙상블"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에서는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지휘자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수수하고 소박했다.

이런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은 그가 한국이름을 고집하고 항상 조국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교포1세인 아버지가 조총련계여서 도쿄음대를 졸업하고 북한 평양음악무용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윤이상의 음악을 이때 배우긴 했지만 지휘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의미있는 자리였는데 관객들은 어떻게 들었는지
궁금하군요"

박태영의 레퍼토리는 주로 러시아 작품이다.

구 소련시대 쇼스타코비치 하차투리안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
미야스코프스키 등의 현대곡을 특히 좋아한다.

그는 "19세기 이후 러시아 작품을 중심으로 뉴서울필하모닉을 지휘해 러시아
음악을 국내 무대에 제대로 복원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획연주회땐 러시아의 대중적인 곡으로 관객의 입맛에 맞출 생각이다.

"세계 클래식음악계에서 러시아음악이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봐요.
러시아 작품을 중심으로 뉴서울필하모닉을 이끌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이라고 그는 자신한다.

박태영은 "음악도 시나 소설과 같이 베일로 싸인 "그 무엇"을 갖고 있다"며
"그것을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것이 지휘자의 첫째 임무"라고
강조한다.

돈을 낸 만큼 감동을 받아안고 돌아 갈 수 있는 음악을 선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휘자론이다.

국내 오케스트라를 조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나쁜 지휘자가 있지,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는 한마디 말로 대신했다.

그는 17일 서울시향의 "노원구민회관 연주회"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오페라
"박쥐" 서곡,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3번 등을 지휘했다.

또 10월7일부터 22일까지 3차례 전주시향 연주회의 지휘봉을 잡는다.

뉴서울필은 10월말께 첫 지휘를 맡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93년 한국국적을 획득했습니다. 이제
김천에 있는 선산도 찾아 볼 겁니다"라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 한국 음악계
의 미래가 밝아오는 듯 했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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