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민 < 본사 논설위원 >

담배인삼공사의 공모주청약이 장안의 화제다.

청약경쟁률이 60 대 1에 육박했다.

증권사에 예치된 청약증거금만도 12조원에 가깝다.

대단한 열기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좋은 현상인가, 아니면 우려할 사태인가.

여유자금이 많다는 것을 그대로 해석하면 국민생활의 풍족함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코 걱정해야 할 일은 아닌 성싶다.

그렇다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단정하기에도 자신이 없다.

담배인삼공사의 주식을 사겠다는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공모가격이 싸다고 판단돼 상장후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아 시세차익을 올리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영화를 앞둔
담배인삼공사의 회사 장래를 보고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자 했거나 장기
보유를 통한 주가상승을 겨냥해 투자를 결심한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담배인삼공사 공모주 청약열기는 어느 쪽에 더 큰 요인이 있는가.

후자보다 전자의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상장후 주가가 높게 형성돼 단기적으로 높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증시분석가들이 상장후 주가를 최소한 3만5천원, 높게는 5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있는 터여서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청약에 참여했다면 상장후 너도
나도 팔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주가는 곤두박질이 불가피
하다.

더구나 포항제철 가스공사 등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기업들의 신주공모가
연내에 봇물터지듯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걱정스럽다.

민영화를 계기로 기업의 장래성을 보고 투자에 참여했다면 청약열기 그
자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과연 무엇으로 담배인삼공사의 장래를 확신할 수 있는가.

담배제조업을 유망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양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민영화 계획을 뜯어보더라도 앞으로
담배인삼공사의 경영형태가 어떤 모습을 띨지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갖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담배인삼공사에 국한되는 얘기만은 아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계획은 대부분 주식을 매각할 일정은 잡혀있지만
해당산업 또는 당해기업의 진로에 대한 뚜렷한 비전의 제시나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공기업민영화 계획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회간접자본으로 볼 수 있는 통신.가스.전기회사를 민영화한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재벌지배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렇다면 누가 살 것인가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는데 기간산업이 외국인들의 수중에 들어가도
괜찮은 것인가.

지배주주를 인정하지 않고 수많은 기업이 공동참여토록 하거나 국민주
형태로 민영화 된다면 결국 정부가 좌지우지할 터인데 공기업과 무엇이
다르고 과연 민영화의 궁극적 목적인 경영효율화는 달성될수 있을 것인가.

"민영화=좋은 것"이라는 등식은 책임경영을 통한 비효율적인 경영을 치유할
수 있을 때만 성립된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1차 민영화계획에서도 "주인있는 책임경영의
실현"을 제1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 과정을 지켜보면 그같은 원칙이 지켜질
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는 힘들다.

그래서 정부가 민영화 목표를 재정확보에 필요한 "매각수입의 극대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른 배경 가운데 외환위기로 인한 달러
부족과 구조조정의 소요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도 큰 비중을 차지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기업의 비효율 제거라는 본래 목적에 우선할 수는 없다.

정부가 추진중인 공기업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과 장기 비전의 제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주식공모를 통한 공기업의 민유화는 민영화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를 인식시키
지 못한채 그저 좋은 주식이니까 사라고 한다면 무책임한 일이고, 투기를
조장하는 일과 다르지않다.

담배인삼공사의 공모주청약 열기는 그런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80년대 후반 한전과 포철의 국민주 보급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공모주청약 열기에 안도하기보다 국민들이 민영화 될 공기업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기업의 장래성을 확신하고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