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원짜리 정육세트에서 5천원짜리 참기름 세트까지"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등 유통 현장은 연중 최고대목을 맞아 특수 잡기에
한창이다.

올 추석 선물은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지난해보다 한결 두툼해진데 맞춰
전반적으로 고급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IMF체제이후 나타난 "고가-저가"의 양극화 현상이 정착되고 있는
점도 주요 특징중 하나다.

우선 고가 선물의 경우 IMF 체제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은 한결같이 추석 선물 카탈로그의
첫 페이지에 30만~60만원대의 "명품세트"를 내세우고 있다.

10만원대 갈비세트에 주력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우 5~7번 갈비대로 만든 50만원짜리 냉장육 갈비종합세트(롯데백화점),
길이 30cm 이상의 굴비를 모은 60만원짜리 참굴비세트(현대백화점), 5백kg
짜리 소 한마리중 3~4kg만 나오는 짝갈비 가운데 부분으로 이뤄진 VIP 갈비
세트(신세계백화점) 등이 대표적인 고가 상품들이다.

특히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최고급 한우인 강진맥우(10kg)와 자연산
송이(1kg)로 짜여진 1백만원짜리 강진맥우세트를 주문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육과 수산물외에 IMF 체제이전에 베스트셀러였던 고급 수입양주의 판매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석선물의 고급화와 함께 IMF시대의 소비 행태였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올 추석 선물의 구매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할인점의 중저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도 백화점의 20만~30만원대
고가 상품이 품절을 빚었던 지난해의 양극화 현상이 올해도 재현될 전망.

LG백화점의 민병찬 영업총괄 팀장은 "올 경기는 여느 해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따라 2만~5만원대의 저가 상품과
10만~20만원대의 고가 상품 모두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수재 등으로 정육 과일값이 지난해보다 10~30%가량 올라간 것도 구매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신고(배) 1호세트의 경우 지난해 7만5천원에서 올해 10만원
으로 30%나 인상됐다.

상품권의 영역파괴 현상도 돋보인다.

90년대 중반이후 가장 보편적인 추석 선물로 자리잡은 상품권의 사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상품권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플라자는 LG정유와 제휴, 삼성플라자에서 쇼핑도 할 수 있고 LG정유
주유소에서 자동차 연료를 넣을 수 있는 주유권 겸용 상품권을 15일부터
발행한다.

이에앞서 현대백화점은 자사 상품권으로 신라호텔(서울 제주) 하얏트호텔
(서울 부산 제주) 리츠칼튼호텔(서울)의 객실과 식음료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은 조선호텔과 조선비치호텔, 신세계인터내서널 9개
매장, 외식전문점 까르네스테이션등에서 현금 대신 쓸 수 있다.

올 추석에는 할인점의 가격 경쟁력이 진가를 발휘할 전망이다.

특히 참치캔 햄세트 참기름세트등 5만원 미만 가공식품의 경우 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할인점에 고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롯데 마그넷에서는 오뚜기 참치 14개들이를 1만4천원에 판다.

롯데백화점에서는 12개짜리 세트를 1만3천원에 판매해 단위 가격으로는
마그넷 제품이 백화점에 비해 10%이상 싸다.

신세계 E마트에서는 수입양주 카뮤 VSOP 7백ml 들이 한병을 5만7천9백원에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컵 대신 미니어처 한병을 넣어 7만원에 판다.

미니어처 병이 장식용으로 쓰이는 점을 감안하면 E마트에서 사는 것이 더
실속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