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 대법원장(64)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4일자로 물러난다.

지난 58년 사법고시에 합격, 이듬해인 59년 군법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지
40년만에 일반시민으로 돌아간다.

"실로 오랜만에 편안한 추석을 맞게 됐다"는 윤 대법원장을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11층 대접견실에서 만났다.

그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꼈으나 변호사단체의 대법원장
후보추천에 대해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며 강한 톤으로 반대의
뜻을 피력했다.

퇴임후엔 당분간 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대로 임기를 마친 대법원장이 없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임기있는 공직자가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 여러분과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도와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외부와 접촉을 너무 안해 "은둔의 대법원장"이라는 평이 있다.

"정치인이나 경제인 동문 심지어 법관들과의 사적인 만남을 자제했다.

법관이 된 후 지켜온 원칙이다.

사적인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예상치 않은 오해를 낳는다"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외풍을 막아줘야 한다는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오늘날에 이르러 정치권력 등 외부의 간섭은 상당부분 불식됐다.

또 우리 법관에게도 독립에 영향을 줄만한 간섭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축적
됐다고 믿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법관에 대한 통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 행정처에 그만한 권한도 없다.

밤늦도록 재판기록과 씨름하는 모든 법관에게 통제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최근 검찰인사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법관인사도 개혁돼야 하는 것 아닌가.

"사법부의 독립이나 법관의 신분보장과 관련해 볼 때 법관의 세대교체는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풍부한
경험을 통한 우리 사회현상의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더 중요하다"


-사법개혁에 대한 생각은.

"사회변화와 국민감정에 맞도록 사법제도는 끊임없이 개혁돼야 한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로스쿨을 도입하려면 신중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현실극복의 수단으로 무작정 외국의 제도를 모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퇴임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윤 대법원장은 "당분간 쉬고 쉽다"고 말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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