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모르면 영업사원이 될 수 없다"

4백30여명에 이르는 SK에너지판매의 영업사원들은 컴퓨터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은 집에서 회사의 호스트 컴퓨터에 연결해 하루 일과를 체크한다.

거래처별 매출수금, 채권 등을 파악한 후 일일 업무계획서를 작성해 회사에
보낸다.

이 일이 끝나면 바로 거래처로 나간다.

거래처에서 계약한 사항은 바로 전자문서로 회사에 보내 결재를 신청할 수
있다.

과거에 1주일이나 걸리던 결제도 EDI(전자문서교환) 덕분에 하루면 최종
재가를 받는다.

업무를 마치면 일일판매활동을 보고서로 작성해 컴퓨터로 전송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바로 퇴근한다.

이들이 굳이 회사에 들러 일을 처리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집과 거래처
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EDI와 모빌 오피스 시스템 덕분이다.

그 전에는 "사무실 출근->거래처 방문->사무실 복귀"가 이들의 동선이었다.

SK에너지판매는 전국에 80여개의 사업장과 3천7백여개의 거래 주유소를
갖고 있는 에너지 종합 판매회사다.

자연 영업.유통망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영업선에서 맺은 계약이 본사의 결재를 받으려면 최소 8일이나 걸렸다.

거래처와 회사를 오가면서 버려지는 시간도 적지 않았다.

영업에 주력해야 할 시간에 문서처리를 위해 회사에 들러야 하는 것도
고역인데다 비효율적이었다.

이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전산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

SK에너지판매는 지난 94년 EDI시스템을 구축했다.

처음에는 거래처와 계약 내용을 담은 거래조건승인서만을 EDI로 처리했으나
지금은 예산관련문서 휴가승인서 등 9종의 문서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품의서 통보서 등 일반문서도 EDI로 처리한다.

이 회사가 구축한 EDI시스템은 MIS(경영정보시스템)와 연동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들어 A라는 거래처와 l당 1천원에 휘발유를 판매키로 했다는 문서가
제출됐다.

중간관리자들은 그 가격이 적정한지를 알아야 승인해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부하직원을 불러 이것저것 물어봐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 EDI시스템은 전자문서와 함께 컴퓨터 화면에 휘발유의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를 같이 띄워 준다.

경영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손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결재내용은 즉시 MIS의 DB에 저장돼 사원들이 조회해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상당한 효과를 가져 왔다.

결재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은 물론 문서기안 작성.관리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사원들의 라이프 사이클 자체도 달라졌다.

8일이나 걸리던 결재기간이 10시간으로 단축됐고 문서기안 시간도 4시간
에서 20분으로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한 비용절감효과만도 연간 35억원에 달한다.

시장의 변화에 즉각 대응함으로써 얻어지는 유.무형의 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모빌 오피스 시스템은 구축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회사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영업사원들에게 노트북을 제공했다.

이 덕분에 영업사원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영업사원들은 어디서든지 컴퓨터로 거래처에 대한 정보를 조회해 계약을
맺은뒤 그 자리에서 거래승인서를 작성해 결재를 올리게 되는 것이다.

또 업무가 끝난 뒤에는 회사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귀가하기 때문에 훨씬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회사도 근태기록서 등 사원평가자료를 단순화시켜 실적만으로 이들을
평가하고 있다.

인력관리에 드는 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이 회사는 내년에는 인터넷을 통해 이같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전자문서의 적용 범위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