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데 역점을 둬 새해 예산을 짜겠다고
밝혔음에도 방만한 예산에 대한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목포~광양간 고속도로 공사도 그 중의 하나다.

우리는 이미 기획예산처의 "내년도 예산편성 기본방향"을 보고 적자재정에
대한 대응이 너무 안이하지 않으냐는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

물론 사업의 타당성 여부가 반드시 사회적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을
비교한 B/C 비율만으로 따지는 것은 아니라는 예산처의 해명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 비율만 따진다면 언제나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주변의 사업만 우선순위를
지니게 되기 때문에 경제성 외에 주변 지역의 낙후 정도와 주민들의 열망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내년이 총선을 치르는 해이고 국회의 예산심의에서는 항상 지역개발
과 관련된 예산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빌미로 다른 선심사업이
대거 끼여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 점에서 이 사업은 추진 여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 앞서 정부가 정치적 판단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는 인상은 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중앙정부의 채무는 96년말 36조8천억원에서 올 연말에는 93조9천억원으로,
국가보증 채무는 7조6천억원에서 94조4천억원으로 늘어난다.

둘을 합친 국가 채무는 금년말 1백88조3천억원에 이르고 여기에 지방자치
단체의 채무(17조6천억원)를 더하면 국내총생산(GDP)의 42.6%에 해당하는
2백5조9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과연 국민 1인당 5백만원의 빚을 졌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그럼에도 새해 예산에는 서민가계 지원, 지방경제 활성화, 생산적 복지대책
등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지출이 어느 해보다 많아 건전재정과는 상충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금융구조의 조정에 필요한 추가비용, 부실해진 4대 연금에 대한
지원 등으로 씀씀이는 크게 늘어나는데 비해 최근의 세제개편으로 세수는
줄어들며, 공기업 매각수입 등 세외수입마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때문에 당초보다 2년 앞당겨 재정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예산처의 장담을
믿는 사람이 드문 게 사실이다.

과거에 탄탄함을 자랑하던 우리의 재정은 외환위기를 헤쳐나오는데 커다란
힘이 됐다.

그러나 극복과정에서 산처럼 쌓인 재정적자가 앞으로는 거꾸로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정부는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무책임한 정치논리를
미리 봉쇄하기 위해서라도 막바지 단계에 있는 예산안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스스로 다시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