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도은 < 본사 논설고문 >

우리나라의 세번째 방송.통신위성 무궁화3호가 지난 5일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별탈만 없으면 지금은 적도 상공 3만6천km의 정지궤도에 진입한 데 이어
6주후인 오는 10월23일에는 최종목적지인 동경 116도 상공 정지궤도상에
안착, 내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2015년말까지 15년동안 한반도와 동남아지역에 광대역 초고속
멀티미디어 및 위성방송서비스를 하게 된다.

말이 3호이지 이 위성은 수명과 크기, 그리고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지난
95년 처음 발사된 1호나 96년 쏘아올린 2호와는 비교가 안된다.

1호의 수명은 내년초에, 2호는 2005년에 각각 마감된다.

또 3호위성의 무게와 탑재한 중계기 용량은 모두 1,2호기의 배가 넘는다.

투자비용도 두개를 합친 것보다 많이 들었다.

무궁화3호 위성은 말하자면 21세기와 새 밀레니엄 초반 우리의 방송.통신
혁명을 이끌어갈 첨병으로 제작 발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호위성 발사를 누구보다 반기는건 위성방송사업에 관심이 있는 업계와
방송.문화 관련기관 및 전문가와 이 분야 종사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이다.

통합방송법이 국회에서 긴 동면을 계속하고 있는 바람에 3천억원 가까이를
들여 제작 발사한 위성이 하릴없이, 기약도 없이 하늘에서 겉돌게 될 형국
이기 때문이다.

위성주인인 한국통신은 하루 1억원씩 손해가 날 판이라고 울상이다.

법이 없이는 위성방송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금 교육방송과 KBS가 일부 시험방송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험"일 뿐이다.

최대 1백68개나 되는 디지털방송채널을 제공하게 될 3호위성은 상업 위성TV
방송사업에 새로운 마당을 열어줄 예정이다.

법이 있어도 정작 위성방송을 시작하기까지는 상당한 준비기간과 절차,
그리고 엄청난 투자비용이 든다.

따라서 대기업을 포함한 컨소시엄형태를 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자본과
기술의 참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위성방송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미국 등의 경험에 따르면 이
사업의 성공여부는 60%이상이 프로그램, 30%가 마케팅, 나머지가 위성체
확보이다.

우리는 이제 겨우 그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 한가지를 갖춘 셈이다.

법과 제도의 정비와 사업자선정도 인프라에 속한다.

내일 당장 법이 국회를 통과한대도 어려울 판인데 어느 세월에 나머지까지
제대로 갖춰 이미 우리 안방 깊숙이 들어와 있는 외국 위성방송과 경쟁할 수
있게 될지 감감하다.

제15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오늘 개막된다.

모두들 이번에 만큼은 통합방송법을 꼭 통과시켜 주기를 기대반 주문반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만에 하나 그게 정 힘들 것 같으면 위성방송법만이라도 별도법
으로 입법해줄 것을 바라는 여론이 무게를 얻어가고 있다.

분리입법은 분명 고려해봄직한 선택이다.

통합방송법이 정치권, 정부, 방송산업계 등 이해집단간의 이런저런 다툼으로
장장 5년간을 표류해온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새해 예산에다 정치개혁 특검제도입 인사청문회 관련 입법 등 이번 정기국회
가 할 일이 태산같을 뿐 아니라 신당창당 등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총선 표잃을 일은 삼가려는 요즈음 정치권 행보로 미루어 정기국회통과도
장담할 상황이 못된다면 분리입법은 하나의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앞서 종합유선방송법만을 전문개정 형식으로 분리입법, 금년 2월
우선 공포케 한 전례도 있다.

이 법이 장차 통합법에 흡수될 것처럼 위성방송법도 나중에 통합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분리입법은 어디까지나 통합방송법이 이번 회기중에도 통과가
어려울게 확실시될 경우의 대안으로서만 생각해볼 문제다.

그것은 차선이지 결코 최선은 아니다.

통합방송법이 본래 가야할 길,가고자 의도한 길은 아니다.

이번에 만약 상황이 다급해졌다고 위성방송법만을 분리입법하게 된다면
통합방송법의 나머지 내용의 입법화는 무한정 지체될 가능성이 많다.

제16대 국회 이후로 미뤄질게 틀림없다.

중요한 것은 입법책임을 맡은 국회 여야 정치권의 의지다.

정치권이 과연 정치적 이해를 떠나 우리의 미래 방송산업발전을 위해
양보하고 타협해서 통합방송법을 이번에 기필코 제정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럴 의지만 있다면 굳이 분리입법하는 우회로를 택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만약 이번 회기중에 처리할 뜻도 자신도 없다면 가급적 조속히
분리입법작업에 착수하는게 낫다.

이 역시 위성방송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와 의지에 달린 문제다.

무궁화3호 위성 발사를 계기로 방송법처리가 새삼 초미의 과제가 되었는데도
정치권은 시종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