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은 남성보다 낫다고들 한다.

승부근성 추진력 끈기 모두에서 남성을 앞지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빛내는 사람 가운데는 여성이 더 많다.

예술과 스포츠에선 특히 그렇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 신영옥 홍혜경 등이 구미
음악계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펴고 있고 바이올린의 장영주와 첼로의 장한나도
맹활약중이다.

양궁의 김수녕은 88서울올림픽 당시 두 종목에서 우승, 한국이 금12개로
종합4위를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탁구의 현정화는 서울에 이어 92년
바르셀로나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나리는 연초 ''전미여자 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2위에 올라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얼마전엔 북한의 정성옥이 스페인에서 열린 제7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 한국딸의 위용을 떨쳤다.

서울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유일의 금메달을 안긴 것도 여자핸드볼이었다.

지난해 박세리가 맥도널드LPGA에서 우승, IMF때문에 주눅들어 있던 국민들
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더니 이번엔 슈퍼땅콩 김미현이 "99스테이트팜레일
클래식"에서 우승해 또한번 한국인의 어깨를 으쓱거리게 만들었다.

김미현의 우승은 골프선수론 턱없이 작다는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한 결과
라는 점에서 더더욱 값지다.

기계체조를 한 아버지와 테니스선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운동신경이
탁월하다곤 해도 본인의 무서운 집념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기
때문이다.

박진영의 "십년이 지나도"를 따라부르고 전자오락과 팬시용품 인형을
좋아하는 20대로 땅 설고 물 선 이국땅에서 골프에 모든것을 건 생활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겨웠을 것인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불행에 탐닉하면 발전은 없다.

중요한 건 여건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믿고 그럼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의지와 욕망을 현실로 바꾸는데 필요한 피나는 훈련이다.

라이벌 박세리가 세계적스타로 발돋움한 그늘에서 의기소침해지거나
패배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씩씩하게 매진한 김미현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