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벌개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재벌해체인가, 선단식경영 종식인가.

아니면 재벌총수의 퇴진인가.

재벌체제이후의 대안은 무엇인가.

재벌개혁은 어디쯤 와있는 것인가.

최근 정부의 재벌정책을 바라보면서 제기되는 의문들이다.

물론 정부는 재벌해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의문들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는 일련의 정부 정책과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이 일관성있게 맞아 떨어지지
못하고 계속 엇갈리는데 큰 원인이 있다.

재벌해체론이 부각된 것은 지난 8월15일 김대중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였다.

김 대통령은 "이제는 시장이 재벌구조를 수용하지 않는 시대"라며 "재벌
집단이 아닌 개별기업이 독자적인 세계초일류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투명성제고 기업지배구조개선 등 기존의 재벌개혁 5대 원칙 외에 3가지
원칙이 추가됐다.

금융지배억제, 순환출자제한 및 부당내부거래 조사강화, 변칙적 부의 상속
규제 등이다.

이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재벌개혁론에 대한 단순설명으로 들릴수도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던 시점이었던 탓에 재벌해체추진
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중심으로 경제를 바로
잡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가 부여됐다는 점이 경제계에는 충격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재벌해체가 아니라 업종전문화를 통해 개별기업이 경쟁력
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단순한 선단식 경영종식 주장이라는 해명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재계자율로
포장된 재벌해체론으로 인식됐다.

더욱이 김태동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의 부실경영 총수퇴진 주장이
불거져 재벌해체론이 총수퇴진까지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정권핵심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됐다.

강봉균 재경부장관이 김 위원장 개인의견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경제계
에서는 혼란스럽게 받아들여질 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국세청장이 삼성그룹 등 대그룹 대주주들의 지분변동을 면밀히
분석해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해 대주주들의 사정권에 넣었다.

검찰마저 나섰다.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을 수사를 위해 대주주까지 소환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다음 차례는 무엇이냐며 떨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표적사정이 아니다라고 오리발을 내밀어 경제주체들은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재벌정책이 오락가락 할때마다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은 일희일비했다.

대우사태 처리로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은 더욱 불안하게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아직도 "재벌개혁이 이처럼 어려운 것인지 미처 몰랐다"는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아직도 재벌개혁의 실체에 대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재계인사들과 경제전문가들은 8일 대통령과 6대이하 30대그룹 총수들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투명한 재벌정책이 드러날 것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비전이 함께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재벌개혁 일지 ]

<> 8월15일 DJ, 재벌개혁+3원칙
<> 16일 김태동 총체적 물갈이론
<> 16일 청와대 재벌해체 아니다 해명
<> 17일 한나라당 색깔론 제기
<> 18일 DJ, 재벌해체 아닌 선단식경영 종식
<> 18일 제2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 25일 정재계간담회, 7개 합의문
<> 26일 대우 12개사 워크아웃
<> 9월1일 현대전자 주가조작혐의 발표
<> 2일 국세청 삼성 지분변동 조사 검토 발표
<> 3일 전경련 사업구조조정 1주년 간담회
청와대, 삼성/현대 표적사정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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