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호 < 에너지관리공단 부이사장 >


권토중래라 했던가.

한번 실패한 뒤 힘을 모아 재도전한다는 중국고담이다.

IMF로 위기를 맞았던 우리 경제가 이제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이 고담이
절실히 느껴진다.

다시는 이러한 국가적 낭패를 겪지 말아야 한다는 염원에서다.

지금 우리 경제에 있어서 다시 힘을 모아야 할 점은 경제행위 주체의
"정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신(Economic point of view)은 기업으로 볼 땐 투자 전략이요, 국가적
으론 경제시책이다.

얼마전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중국 옌볜(연변)대가 공동 주최한 "한.중
경제교류 현황과 발전전망"이라는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고 이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옌볜은 중국내 조선족자치주로 우리 동족 86만명이 밀집해 사는 곳이다.

이 곳에 한국 중소기업들이 자리잡게 된 것은 지난 94년부터다.

중국이 외국자본에 문을 연지 만 10년만이었다.

투자시기로 보아 한국은 늦은 편이었다.

현지 지린(길림)성 당국의 "외국상공인 투자통계"에 의하면 IMF 이전까지
한국 4백10개기업, 홍콩 1백4개기업, 일본 72개기업, 북한 37개기업, 대만
25개기업, 러시아 11개기업 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현지 국유기업이나 집단소유기업과 합작 형태로
진출했다.

수적인 면에서 많을 뿐만 아니라 투자효과 면에서도 높다.

97년 이전까지 자금과 기술, 그리고 경영 등의 총체적인 면에서 현지기업과
주정부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IMF를 치르면서 겪는 어려움은 이곳에도 미치기 시작
했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으로 옌볜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데다 우리
원화가치가 떨어져 이곳서 생산한 보세품들을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옌볜에 대한 투자비용과 근로자임금 등이 크게 올랐다.

특히 근로자에 대한 사회복지비 부담이 높아져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중국에 대한 투자패턴을 바꿔야 한다.

중국을 생산 거점으로 여기고 이곳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국이나
제3국으로 역수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동아시아 여러나라가 외환위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7.8%의 고속성장을 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인한 아시아경제의 전반적 침체로 중국경제는 98년
하반기이후 성장률 둔화, 수출부진 등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동시에 소비위축, 위안화 절하문제 등 금융부문의 불안이 두드러져 중국의
실물 및 거시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올 1월엔 광둥국제신탁투자공사가 공식 파산했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전략시장"이라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대중국투자는 자금을 충분히 확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신중성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국내 유휴설비를 이전하는 단순 생산거점 위주 투자방식보다는,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발전가능성이 있는
기술집약형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옌볜지역은 저렴한 공단입주비.인건비 등에서 코스트를
절감할 수 있고 언어상 제약이 없어 기업경영에 유리하다.

또 UNDP의 두만강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될 경우 요충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앞으로 대북경제협력 차원에서 시장선점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지역 또한 옌볜지역 외에도 에너지자원 등을 확보하기 위한 내륙과
서부지역에 눈을 돌려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중국이 세계화전략을 추진하는데 있어 한국은 중요한 전진기지가 될 것"
이라는 옌볜대 박승헌 교수의 주장은 중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본다.

IMF 체제를 힘겹게 벗어나고 있는 우리는 그야말로 "권토중래"의 정신으로
중국에 투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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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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