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의 경영전횡 방지에 초점을 맞춘 기업지배구조 개선초안이 지난
8월26일 발표됐다.

사외이사과반수 의무화, 사외이사에 의한 이사추천, 집중투표제 유도,
감사위원회제도 도입 등 주식회사제도의 근본을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사외이사에게 기업경영권을 넘겨 주게 되는 셈"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개선안은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우리 현실에서 옥상옥의 견제 감시기능을 도입할 경우 기업경영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 위원회(위원장: 김재철 무역협회회장)에서는 8일 열리는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이달말까지 개선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별도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있어 기업지배구조 개선논의는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초안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해 본다.


<> 사외이사제

"경영자는 악마고 사외이사는 천사냐"

"자본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다"

재계는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내놓은 "모범규준"(초안)이 기업의
가치극대화라는 당초 취지보다는 경영감시에 너무 치중하는게 아니냐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모범규준"(초안)에서 재계가 염려하는 부분은 대기업 이사회의
과반수를 반드시 사외이사로 채우는 일.

재계는 사외이사가 이사진에 1~3명 정도 포진해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과반수로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는 데는 반대한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은 "사외이사제도를 확대할 수 있는 사회적
제반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제도도입의 취지는 퇴색하고 만다.
오히려 기업하는 사람들의 발목잡는 일로 그칠 수가 있다"고 말한다.

급속히 늘어나게 될 사외이사를 충당하기에는 인적풀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자주 거론되는 문제점중 하나다.

99년5월말 현재 5대그룹 사외이사중 경영인은 17.1%에 불과한 반면 대학
교수(38.6%), 변호사(12.1%) 등 비전문경영인이 많아 이러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시급하고도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 발굴은)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며 전문인력이 없다는 점을
탓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사외이사수를 늘림에 따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보험을 들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스톡옵션을 주라는 주문도 있기 때문이다.

<> 이사추천권

재계는 이사추천권을 사외이사중심의 추천위원회에 넘겨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뛴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 기업의 이사회에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
이지만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사권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이와함께 "인사권=기업주의 고유권한"으로 여기는 현행 기업관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법적으로 의사결정기구인 이사와 집행간부인 임원은 엄연히 구별되는데도
지금까지 기업들은 "이사=임원"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사회와 경영진을 이원화하려는 모범규준의 의도대로 기업들이 잘 따라
줄지는 의문이다.

<> 집중투표제

모범규준은 또 집중투표제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이 집중투표제를 채택
여부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 견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사간 갈등을 부추겨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1주 1의결권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문제로 집중투표제는 러시아 등 극히 소수의 나라에서만 채택이
강제화돼 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선택사항으로 돼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강행규정에서 선택규정으로 완화되었으며
집중투표제 수용기업은 전체기업의 14%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주총개최를 신고한 5백16개사 가운데 3백86개사(74.8%)가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근거를 신설했다.

지배주주의 견제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기업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왜
그토록 많은 기업이 이를 배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음미해 볼 대목이라는
지적이 많다.

<> 감사위원회

재계는 감사를 대신할 3분의 2가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도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감사위원회가 업무의 적법성과 재무감사만 하게 돼 있는 반면
모범규준에는 업무의 타당성까지 감사하도록 돼 있어서다.

일본의 경우에도 업무감사는 적법성 감사에만 한정하고 있다.

현저한 부당사실이 있을 경우에만 타당성 감사가 허용된다.

법조계에서도 감사의 기능은 적법성 감사에 그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기업경영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타당성 감사를 허용할 경우 이사회나 경영진은 위험이 따르는 신규투자
등을 회피할 우려가 있어 기업경영을 위축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전문가들은 감사위원회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내부감사를 대신할 사외이사는 기업실상에 어두울 수밖에 없어 기존의 내부
감사보다 감사를 더 잘 할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최경환 < 전문위원 khc@ >

< 김병일 기자 kbi@ >


[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안) 및 재계의견 ]

<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방식 >

<> 개선안 : 서면투표 또는 전자투표 방식 도입
<> 외국사례 : . 미국 : 상장기업, 인터넷 이용 투표제도 확산
. OECD : 전화 전자투표 포함 신기술 사용 권고
<> 재계의견 : 보완장치 마련후 시행(본인확인 등 시스템 미비)

< 의결권 제한 >

<> 개선안 : 특정주주의 의결권 행사 제한
<> 외국사례 : . 미국 : 자기주식 및 자회사 소유주식은 의결권 배제
. OECD : 모든 주주의 동등한 대우
<> 재계의견 : 조속한 철폐

< 공시제도 강화 >

<> 개선안 : 회계장부 열람권 행사요건 완화
<> 외국사례 : . 미국 : 회계장부 열람권 인정(단, 정당한 목적임을 증명,
일정비율이상 보유자에 한정)
<> 재계의견 : 현행요건 유지

< 지배주주 책임강화 >

<> 개선안 : 지배주주의 실질적 책임 강화
<> 외국사례 : . 미국 : 법원이 실질지배주주에게 법인격 부여 기피
<> 재계의견 : 현행유지(업무집행 지시자의 책임 조항)

< 이사수 >

<> 개선안 : 대기업(자산 1조원이상) 8인이상
<> 외국사례 : . 미국 : 3인이상
<> 재계의견 : 현행(3인이상) 유지

< 사외이사 확대 >

<> 개선안 : 금융기관, 대기업은 이사진 과반수 이상 사외이사 선임
<> 외국사례 : . 미국 : 상장요건, 대기업 평균이사 13명중 9명 사외이사
. 프랑스 : 3분의 1로 규정
<> 재계의견 : 사외이사 의무비율 폐지, 50%이상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 후보선임 공정성 >

<> 개선안 : 사외이사 중심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사후보 추천
<> 재계의견 :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

< 집중투표 유도 >

<> 개선안 : 집중투표제를 채택토록 유도하고 이를 공시
<> 외국사례 : . 미국 : 회사법에서 채택, 정관배제 가능(51개주중 6개주만
강행규정 둠)
. 일본 : 정관에서 배제가능
<> 재계의견 : 현행유지(정관배제 가능)

< 감사위원회 기능 >

<> 개선안 : 업무집행에 대한 적법성 및 타당성 감사
<> 외국사례 : . 미국 : 재무활동 감사, 회사의 정책과 업무집행 검토
. 일본 : 현저한 부당사실이 있을 경우 타당성 감사
<> 재계의견 : 업무감사는 적법성 감사로 한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