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최근의 재벌정책을 "아마겟돈"에 비유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재벌과 최후의 일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재벌을 겨냥한 정부의 개혁공세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느낌
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재벌개혁 선언이후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
마다 경쟁적으로 재벌에 채찍을 던질 기세다.

지난주 불거진 현대전자 주가조작 혐의는 이번 주중 처리방향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는 오는 6-8일 현대중공업 김형벽 회장, 현대상선 박세용 회장,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이 소환되는 시점이 최대고비다.

검찰은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확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 "경제를 고려해야 한다"든지 "현대의 소명에도
일리가 있다"는 등의 견해가 나와 수사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외에 국세청과 공정위도 변칙상속, 부당내부거래 등을 이유로 제재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중 공정위는 5대 그룹에게서 8조원대의 부당내부거래 혐의를 포착,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김대중 대통령은 8일 6-30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부당내부거래 근절, 편법 상속.증여 차단 등 5대
그룹과의 간담회때 밝힌 "플러스 3원칙"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혁 이후 재벌이 떠맡아야 할 역할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재계의 움직임도 급박해지고 있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재벌개혁 과제의 입법화,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들 개혁과제에 대한 주요 회원사들의 의견을 7일까지
취합, 재계의 입장을 정부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전경련 사무국이 만든 초안에는 <>출자총액제한비율의 완화 <>지주회사에
대한 한도적용 배제 <>사외이사 의무비율 폐지 등의 제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오는 8일 청와대에서 개최되는 김 대통령과 6-30대 그룹총수간
간담회 결과를 지켜본 뒤 9일 회장단회의를 통해 자체 입장을 공표할 방침
이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민간기구인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8일
증권거래소대회의실에서 개최하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관한 공청회"도
관심사다.

이 공청회에서는 시민단체와 재계측 참석자간에 열띤 논쟁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위원회가 만든 모범규준 초안에 대해 미흡하다는 불만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주주 권익을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반면 재계는 모범규준으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어려워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외이사 의무비율 폐지, 사외이사비율 50%이상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감사위원회 권한 제한 등을 주장하고 있다.

대우사태는 채권단이 12개 계열사중 5개사에 대해서만 자금지원을 확대키로
한데 이어 대우 관계사들이 무더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갈수록 진통이
심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대우사태 해결의 발목을 잡았던 협력업체들
의 미할인 어음이 지난주말 완전히 해소됐고 금주중에는 1조원에 육박하는
유동성이 대우증권에 공급되기 때문에 대우사태는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그룹 구조조정은 금주가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주에는 재벌문제 외에도 여러 굵직한 현안들이 대기중이다.

8일에는 김종필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 전략 추진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이미 배럴당 20달러를 넘어선 "고유가"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 방안과
수급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또 9일에는 2000년 예산에 대한 당정협의 결과가 발표된다.

총선을 앞둔 여당측의 입장이 나라살림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주목할
부분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체크 포인트 ]

<> 8일 - 청와대 6~30대그룹 초청 간담회
- 국가에너지전략 추진위원회 회의
-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공청회

<> 9일 - 전경련회장단 간친회
- 2000년 예산 당정협의 결과발표

<> 주중 - 대우 구조조정
- 현대전자 주가조작혐의 수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