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막대한 수에 달하는 신호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다섯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인간의 뇌속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이 신호는 모두가 저장되는 것은 아니고 즉시 선별돼 일부만이
뇌속(측두엽)에 있는 "기억창고"에 소장된다.

창고에 들어간 신호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진다.

한번 기억창고에 저장된 신호는 보통 이틀이 지나면 60%가량 없어진다.

그후에는 비교적 천천히 잊어버리는데 한 달이 지나면 그중에 79%정도만
남는다.

세월이 오래 흐르면 대부분의 기억은 사라지는데 그래도 남아 쌓여있는
정보가 상당한 것같다.

70년을 정상적으로 활동하면서 산 경우 창고에 들어있는 기억항목의 수효가
15조에 달한다고 한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기억이란 뇌속의 신경세포에 있는 "기억관련
단백질에 화학적으로 남긴 일종의 흔적"이다.

무수한 흔적들은 속히 끄집어 낼수 있도록 저장돼있다.

기억창고에 기억해야할 사항이 반입되면 신경세포들 간에 그 기억사항에
관한 신호를 돌리는 특별한 회로가 만들어 진다.

그리하여 기억을 상기하려고 할 때는 기억했을 때와 같은 형태로 신호가
그 회로를 돌아 기억을 재현한다.

마치 테이프레코더와 같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골라서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가 없다.

기억창고속에 저장된 슬픈 추억이나 마음깊이 못박혀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을 어찌하질 못하고 간직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오묘한 비밀의 일부가 과학자들에 의해 벗겨진 것같다.

기억과 학습능력에 관계하는 단백질의 하나인 "NR2B"가 많은 "똑똑한 쥐"를
미 대학에서 유전자조직으로 탄생시켰다 한다.

과학계는 보통쥐보다 5배나 영리한 이 쥐가 앞으로 치매, 다운증후군 등으로
기억력이 떨어진 환자나 노인의 기억력을 회복시킬수 있는 길을 열 것으로
내다본다.

그렇치만 우수한 두뇌를 탐내 인간지능을 조작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과학이 "참으로 별난 인간"을 만들어 낼 것만 같아 걱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