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이란 무엇인가.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을 출국금지했다는 검찰발표는 바로 그런 시각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현대측이 매매차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을 뿐 아니라 문제된 작년
4~11월중 현대중공업 등이 매입한 현대전자 주식은 현재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어 실제로 매매차익을 실현한 바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증시발전을 위해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나 시세
조종등 불공정행위를 엄단해 뿌리 뽑아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다.

동시에 엄단해야할 불공정행위는 자본시장의 본질과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가는 본질적으로 자산가치나 수익가치등 경영행위의 종속변수라고 봐야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상장기업은 증시상황에 따라 주가관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당해기업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주주와 자본시장
안정을 위한 책무이기도 하다.

제도적으로 상장기업에 대해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그런 시각
에서라고 볼 수 있다.

상장기업 및 그 대주주의 주식매매행위에 대한 판단은 바로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린 주가조작등 선량한
다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거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엄단해야
겠지만 누구에게도 손해를 주지 않는 지분관리차원의 매매까지 문제삼는다면
잘못이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계열회사들이 주가관리부담을 나누어온 것은 현실적으로
당연한 일이고 또 어제 오늘 있었던 일도 아니다.

마감직전에 대량매수주문을 냈다고 문제삼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만보를 양보해서 그것이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것만으로 법이 규정한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얘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은 행위가 불공정행위, 그것도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범죄적인 불공정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사법적인 사안에 대한 처리가 경제상황에 좌우돼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정의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경제적인 부담이 오더라도 엄단해야 할 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현대증권건이 그런 사안인지는 진정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이 이른바 "재벌 길들이기"를 위한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일련의 대기업정책과 맞물려 빚어내고 있는 경제계의 우려도 결코
기우가 아니라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