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그러나 튤립 뒤에는 이보다 더 참혹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17세기 네덜란드인들 이야기가 그것이다.

원래 지중해 동안에서 자생하던 튤립이 네덜란드에 소개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를 손에 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름있는 튤립구근은 가장 완벽한 쌍두마차 한 대와 같은 값에 팔리고
있었으며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튤립을 구하려는 투기열풍이 네델란드
전역을 뒤덮었다.

한 네델란드 상인이 셈퍼 아우구스투스라는 튤립뿌리를 주문했다.

기다리던 우체부가 도착했다.

이를 고맙게 여긴 상인은 먼길을 달려온 그에게 청어가 곁들인 밥상을
차려주었다.

우편물을 뜯어보았지만 주문한 튤립이 상자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연유를 따지러 우체부를 찾은 상인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가치로 수만 달러도 넘는 튤립구근을 양파로 오인한 우체부가 이를
점잖게 먹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투기광풍이 불자 1636년에는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에 튤립을
거래하는 정규시장이 개설된 것을 필두로 로테르담 할렘 레이든 알크마
호른시에도 시장이 열렸다.

튤립가격이 끊임없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동안 모든 투자자들은 부자가 되는
것 같았다.

이 지구상의 모든 부가 네덜란드로 집중되는 것같은 환상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심지어 굴뚝청소부까지 집을 팔아 튤립 사모으기에 나섰다.

하지만 1637년 드디어 종국이 왔다.

불안을 느낀 일부가 먼저 시장을 떠나기 시작하자 이제까지의 밀물은 갑자기
썰물로 바뀌며 양떼현상을 불러 일으켰고 곧 이어 굉음을 내며 붕괴되고
말았다.

이른바 튤립광(tulipomania)으로 불리는 이 튤립투기는 네덜란드에 유례없는
경제공황을 몰아왔고 그로 인해 네덜란드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요즘 워싱턴의 최대 경제화제는 지난 2개월 사이에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밀어붙인 금리인상이 노리는 목표가 과연 무엇이었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저실업에 따른 임금상승압력이 물가를 자극하고 따라서
인플레 우려가 있으므로 선제공격적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는 정반대로 모든 통계자료는 인플레이션이 그리 우려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보산업(IT)을 근간으로 하는 생산성증가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린스펀과 그의 제국주의적(워싱턴 포스트) FRB가 진정으로
겨냥하고 있는 목표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있다기보다 17세기 네델란드
튤립투기를 방불케하는 월가의 투기적 도취감에 있다는 분석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린스펀은 실제로 미국주식시장을 두고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시장이라는 평가를 한데 이어 지난 금요일 와이오밍주의
잭슨 호울시에서 열린 세계중앙은행연차회의에서도 주식시장이 과대평가
(over valued)되어 있다는 우려를 숨기려 들지 않았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값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금리를 인상한
이후에도 월가는 주가를 오히려 올려놓는 전형적 튤립포메니아를 보여줬다.

그린스펀이 내심 당혹감과 좌절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게 이곳 미디어의
분석이다.

튤립의 아름다운 환상에 빠져있는 월가는 그린스펀을 시장의 도사
(master of universe) 로 묘사하기까지 한다.

워싱턴 신문들은 도사가 실수할 리 없고 따라서 금리인상자체를 하나의
호재(좋은 처방이니까)로 받아들이는 것이 요즘 월가의 모습이라고 쓰고
있다.

염화시중의 미소라고 했던가.

아름다운 튤립과 그린스펀의 권위에 찬 모습을 대비시키면 그속에 시장을
향한 분명한 메시지가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류는 튤립의 아름다운 자태만 보려는 습성을 버리지 못했고
이같은 쓰라린 과거사에 대한 습관적 망각은 극단적 희비 쌍곡선을 그리게
하곤 했다.

"대공황 1929"의 저자 케네스 갈브레이스 교수는 그의 한 저서에서 책의
인기가 떨어질만 하면 또 다른 시장붕괴가 발생, 책의 인기를 다시 올려놓곤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월가는 물론 1년도 채안된 사이에 3배가 오른 우리나라시장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인지 모른다.

<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