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이상룡 노동부장관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이다.

"신노사문화"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의식과 관행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이룩할 수 있는 과업이라는 것이다.

노사문제에 "도사"들인 노동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틈만나면 강연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를 상생 파트너로 인식하는 실질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21세기를 맞을 자격이 생긴다"는게 이 장관의 주창이다.

단순한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도록 관련제도를 함께 고치고 노사화합이
뛰어난 업체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도록 한다는게 이 장관의 구상이다.

신노사문화 설파에 여념이 없는 이상룡 장관을 만나 보았다.

=======================================================================

[ 만난 사람 = 정만호 < 사회1부장 > ]

-노사관행이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을 많이들 하고 있지만 정작 "신노사문화"
의 개념은 제대로 정립돼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젠 세상이 달라졌어요.

국내 기업들은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를 겪으면서 기업구조와 경영전반에
대변혁을 치렀습니다.

세계적으로 산업구조가 정보와 지식기반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의식과 경제여건이 모두 달라졌는데 노사문화만 그대로 있어서는 안되지요.

시대변화에 맞는 노사문화를 새롭게 설정하자는 운동입니다.

대립과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지요"

-인식변화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말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이 따라야 할텐데요.

"말로만 그치는 케치프레이즈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노사풍토를 바꿀 수 있는 기법을 알릴 겁니다.

교육도 시킬 예정이예요.

정부기관부터 달라지도록 할 겁니다.

물론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지요.

노사관계에 불필요한 개입은 모두 없애 선진적인 형태가 되도록 할 계획
입니다.

현장에서부터 새바람이 일어나도록 할 것입니다"

-노사화합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수업체로 선정돼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노사화합 우수기업에는 각종 우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사화합 우수기업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
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각종 정부발주공사나 구매입찰 자격을 심사할 때 최대한 높은 가산점을
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고용보험료율을 낮춰주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더 주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함께 올 연말에 신노사문화 대상을 시상하는데 이번 수상
업체들부터 여러가지 지원조치를 받도록 할 예정입니다"

-성실한 근로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더욱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사협력을 잘 해 상을 받은 기업의 근로자들을 위해 해당 기업에는
근로자 능력개발사업 지원금을 더 주도록 할 예정입니다.

각종 연수에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강구중입니다"

-이런 계획들을 시행하려면 재원이 적지 않게 들 텐데 재원마련 계획은 서
있는지요.

"당초 노사협력기금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전체로 볼 때 기금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방침을
수정했습니다.

일반회계 예산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 홍보 등에 들어가는 재원은 예산에서 쓰고 필요한 지원조치는 제도
개선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새로운 노사문화는 과거와는 달라서 노동부만 나서서는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범정부적인 노력이 따라야 할 텐데요.

"각 부처가 참여하는 신노사문화 추진본부가 발족됐습니다.

노동부가 주도하되 11개 부처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공직자 의식쇄신을 위한 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자치부에서 맡을 것입니다.

또 국방부는 예비근로자인 군인들을 교육시키기로 했습니다.

노사협력에 대한 지원조치는 각 부처에 해당사항을 통보해 이미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노사안정도 기본적으로는 고용안정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업률이 낮아지긴 했는데 일용직과 임시직 근로자가 늘어나 오히려
구조적으로는 고용상태가 불안해지는 양상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도 필요하지만 불안정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듭니다.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가 늘어나고 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강요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라서 걱정이 많습니다.

우선은 사회보장제도로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구조를 개선하는게
순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서 풀어 가야지요.

노사관련 제도를 통해 임시직 근로자가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지 않고
기본적인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동시에 고용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겠습니다"

-3D 업종을 중심으로 영세 제조업체의 인력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대졸자는 남아 도는데 기능인, 특히 3D 업종의 현장인력이 부족합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영세 제조업체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적정 규모의 외국인력을 활용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외국인력이 무분별하게 들어오게 하는 것은 내국인의 일자리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3D 업체의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해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특별창구를
시험운영중입니다.

앞으로 창구를 더욱 늘려가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인 대신 내국인을 쓰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들도 시행중입니다"

-국내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인력 송출도 생각보다 지지부진합니다.

"올들어 7월말까지 8천3백여명이 해외에 취업했습니다.

연간목표(2만명)에 비해서는 부진한 상황인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80년대초 연간 20만명 이상이 해외건설 현장 등에 나가던 때와는
사정이 달라졌어요.

건설노무자 자리는 개도국에 빼았겼고 컴퓨터 같은 두뇌산업 일자리는
영어권 국가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무작정 많은 사람을 내보내는 것 보다 직무와 어학훈련을 강화해 취업능력
을 길러주는 것이 오히려 급선무라고 봅니다.

그래서 교육분야의 사업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중기실업대책을 통해 오는 2002년까지 실업률을 4%대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책 속에 들어 있는 내용중에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수치적인 목표와 실천계획을 서로 다른 주체가 세우고 추진하다 보니 목표
달성도 안되고 신뢰도 얻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중기실업대책에 포함된 일자리 창출 계획중에는 노동부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요.

하지만 정부내에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실업대책위원회가 있고 그 밑에
실무대책위원회가 있습니다.

이 실무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부처가 앞으로 4년 동안 2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세부계획을 만들고 있습니다.

부처 공조체제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건설공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흐려져 왔기 때문에 걱정들을 합니다.

"대대적인 건설현장 안전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사도 동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독려할 계획
이예요.

차제에 안전미흡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영세기업에는 기술과 자금지원
을 늘려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 정리=최승욱 기자 swchoi@ >

-----------------------------------------------------------------------

[ 이 장관은 ''신노사문화 전도사'' ]

이상룡 노동부장관은 요즘 과천 관가에서 "신노사문화 전도사"로 불린다.

신노사문화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파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식사 자리건 친구를 만나건 오직 "신노사문화" 얘기다.

"과거의 노사관행을 그대로 끌어안고는 우리의 앞날은 없다"는게 이 장관의
지론이다.

그에겐 "교리"나 다름없다.

이 장관은 지난 5월24일 노동부에 부임하자마자 "신노사문화 창출"을
선언했다.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개념을 정립하고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 때만해도 ""신"자 하나 더 붙인다고 달라지겠느냐"는게 노동부 내의
분위기였다.

이 장관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노동부의 전 행정력도 여기에 투입됐다.

김원배 노정국장이나 김맹룡 노사협의과장은 대책을 세우느라 3개월째
휴일도 잊고 지내고 있을 정도다.

이 장관은 "나 같이 미련한 사람이나 이런 운동을 추진한다"고 스스럼 없이
말한다.

"모두들 우리 노사관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게 사실 아닙니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면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가야 합니다"

그는 지난 6월 중순 기자간담회에서 신노사문화 운동의 중요성과 추진일정
을 공개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외신기자간담회를 가졌다.

7월부터는 외부행사를 대폭 늘렸다.

8월초 김대중 대통령에게 신노사문화 운동 진행과정을 보고한 뒤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범정부적인 추진본부가 발족됐다.

현대반도체에서 첫 노사화합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들어 이 장관은 눈코 뜰 사이가 없다.

30일 오전에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국장급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신노사
문화 특강을 했다.

오는 9월4일에는 산업인력공단 산업안전공단 등 관련기관과 신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 및 홍보계획을 논의한다.

직원들의 인식이 아직 덜 바뀌었다고 생각해 따로 강의도 할 계획이다.

노동부 직원 전체가 참석하는 신노사문화 정책발표회 횟수도 종전 주 1회
에서 주 2회로 늘렸다.

오는 9월11일에는 노동부 5급이상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별도의 정책설명회
를 연다.

이 장관은 "시간과 장소를 가릴 여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 34년 강원 홍천
<> 54년 춘천고 졸업
<> 58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 57년 홍천농고 교사
<> 61년 강원도 재정과
<> 79년 서울시 세무국장
<> 81년 청와대 비서관
<> 84년 내무부 지방재정국장
<> 88년 강원도 지사
<> 91년 건설부 차관
<> 93년 강원도 도지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