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한라중공업을 위탁경영키로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대로서는 한중인수 등 굵직한 현안이 있는 판국이어서 한라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파산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가 위탁경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라중공업은 파산처리가
불가피하다.

4번의 입찰시도에서 아무곳도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 경우 목포 등 전남 경제에 끼치는 피해는 심각하다.

종업원 3천여명인 한라중공업은 이미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든지 오래다.

부도당시에 건조중이던 선박 41척은 이제 7척으로 줄어 있다.

그렇지만 채권단으로서도 이를 청산해 당장 빚잔치를 벌이기에는
부담스럽다.

제값을 받을 수 없어 실익도 없다.

세계적으로 조선은 설비과잉상태여서 유럽조선소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형편이고 일본에서도 3,4개의 조선소로 통합한다는 움직임이 나올 정도다.

따라서 한라의 시설이 아무리 최신이라 해도 헐값에 처분하는 것을 피할
도리가 없다.

이런 사정을 아는 까닭에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현대의 위탁경영에
목을 매는 수밖에 없었다.

좀더 바라건대는 현대가 아예 한라중공업을 인수하는 것이겠지만 현대측에서
워낙 "인수불가"의 입장이 완강해 위탁경영으로 물러섰다.

현대가 한라를 맡을 거라는 추측은 오래전부터 나왔었다.

형제간인 정주영 현대명예회장과 정인영 한라그룹명예회장 사이를
보아서라도 결국 현대가 맡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같은 추측은 현대가 한라를 위탁경영키로 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진 꼴이다.

채권단은 한라가 현대로부터 선박용엔진 등을 공급받아왔고, 한라의 야드
자체가 현대의 야드를 모델로 한 것이어서 현대가 맡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는 인수가 아닌 위탁경영을 택함으로써 재무적인 위험까지 떠안지는
않았다.

그렇더라도 세계1위 조선소인 현대가 한라를 맡아 경영하면 선주사들의
발주를 예전수준으로 회복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채권은행단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는 한라를 위탁경영하는 대가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한편 한라는 지난 97년 12월 부도난 이래 각계열사들의 매각이나 외자유치를
통해 꾸준히 정상화의 길을 모색해왔다.

지금까지 한라펄프제지 한라공조지분 한라일렉트로닉스 캄코 등을 매각했다.

한라건설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갚아 정상운영에 들어갔고 한라시멘트는
로스차일드의 브리지론 도입을 통해 부채를 갚았다.

현재 한라시멘트의 자산을 넘겨받은 RH시멘트에는 외자유치가 추진되고
있다.

또 올해말까지 채무가 연장된 만도기계는 경주공장을 프랑스 발레오사에
매각했고 다른 공장에 대해서도 M&A(기업인수합병)가 진행중이다.

한라중공업이 현대의 위탁경영으로 넘어가게 됨으로써 한라그룹의 정상화도
큰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인다.

이제 선박 6백만DWT(재화중량톤)의 건조능력을 보유한 세계1위의 현대중공업
이 세계 4위인 1백50만DWT의 건조능력을 갖춘 한라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가
관심거리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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