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돈부시 < MIT 교수 >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경제문제를 풀어줄 해답인가.

또 그것은 세계경제에 득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No)"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주변 다른 나라들이 희생을 치르는 상황에서는
중국도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보다는 내수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지출을 확대하고 통화량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중국은 방대한 국영기업들과 강력한 국가통제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찍는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성장둔화와 디플레이션 실업사태 등 중국경제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은
"과감한 경제개혁"이다.

왜 그런가.

찬찬히 살펴보자.

최근들어 위안화의 평가절하설이 무성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쯤엔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강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경제학자들은 7.1%로 떨어진 경제성장률과 디플레이션,
소비자 신뢰지수하락, 수출경쟁력 약화 등을 꼽는다.

재정수지가 흑자이므로 평가절하조치가 국가경제에 별다른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들어 중국의 무역흑자는 줄고 있다.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 경제위기국들이 97년이후 달러에 대한 자국통화
가치가 15~20% 떨어졌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통화가치하락으로 수출가격이 50%나 인하되는 효과를
얻었다.

또 부분적으로는 덤핑수출을 불사하는 인근 아시아 국가들 때문에 중국은
수출전선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수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실시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최근들어 외부여건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일본 엔화를 비롯해 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97년 이전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림잡아 지금 중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은 전보다 10~15%정도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시못할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이럴때는 통화의 평가절하를 실시했다.

요즘의 위안화 절하논란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위안화를 절하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할 것인가"에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는 피해야 한다.

세계 교역시스템을 감안한다면 중국같은 무역 흑자국이자 저부채국이
평가절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행위다.

그 파장도 크다.

중국이 평가절하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평가절하에 나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기저기서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성장세도 주춤해진다.

각국이 수출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한,달러가치는 계속 치솟을 것이고
개도국들에 대한 신규여신은 줄어든다.

또 중국의 저렴한 제품들에 반기를 드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도 어려워 질 것이다.

중국도 이렇게 되는 것을 원치않을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지금껏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문제에 대처한 것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

금리정책은 대증요법이긴 하나 외부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경제 상황은 이같은 단기요법으로 회생하기에는 병이 훨씬 깊다.

중국의 병은 수출을 늘리고 평가절하를 한다고 해서 나을 것 같지 않다.

병인은 경쟁국들의 통화 평가절하로 인한 중국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아니다.

원인은 보다 펀더멘털한(근본적인) 것에 있다.

중국은 현재 비효율적인 국가통제주의와 자유로운 기업주의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경제를 활성화시킬 어떤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이제 국영기업들을 무작정 보호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실업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생산체계를 탈중앙화하고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들이 육성될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공격적인 대출도 경기부양에 효과적인 방안이다.

정부의 세법 또한 친기업화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이런 개혁들을 시행해야 한다.

외국과의 합작과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하고 민영화를 촉진하는 것도
중국이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활동이 강해져 고용과 전체 경제활동도 활발해진다.

중국의 문제는 여태까지 기존 경제구조 틀안에서만 해답을 찾았다는 점이다.

아직도 평가절하에서 중국경제의 해결책을 찾는다면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중국 지도자들중 그런 사람이 있다면 중국은 골칫거리를 하나
더 안고 있는 셈이다.

<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 >

-----------------------------------------------------------------------

<>이 글은 8월26일자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에 실린 루디 돈부시 미국
MIT 경제학 교수의 칼럼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