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LA폭동 취재를 마지막으로 특파원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나는 미국
의 장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미국사회의 도덕성에도 실망했지만 장래의 비전도 잘 내다 볼 수 없었다.

군사적으로는 세계를 압도했으나 경제는 계속 불경기였고 일본의 추적이
지척에 닿을 듯 보이는 시점이었다.

그때로부터 7년만에 다시 와 본 LA에서 당시 나의 생각이 단견이었음을
느낀다.

D-125일.

21세기를 코앞에 둔 현재 미국은 자신감과 활력이 넘쳐 있다.

생산성 향상은 세계 최고이며 인플레는 없고 실업률도 낮다.

MIT 대학의 마이클 데투조스(Michael Dertouzos) 교수는 21세기를 "제4의
혁명기"라고 부른다.

30년전 컴퓨터에 의한 정보처리 혁명의 시작을 "제3의 혁명"이라고 한다면 2
1세기는 정보유통의 "제4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언이다.

20세기 문명의 상징인 자동차 항공기 전화 텔레비전 컴퓨터 등은 모두가
미국의 산물이었다.

미국은 21세기 제4의 혁명기를 이끌어 갈 네트워크통신 소프트웨어
인터넷비즈니스를 이미 선도하고 있다.

내가 7년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미국의 비전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백년전인 1899년 조선의 궁정과 백성은 나라를 집어 삼키는 역사의
격랑이 코앞에 닥쳐오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세계 정세에 눈뜨지 못하고
잠들어 있었다.

비극적인 사실은 나라의 장래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는 점이다.

1백년후인 오늘, 21세기를 1백25일 앞둔 우리의 비전은 무엇인가.

IMF위기 극복을 위한 4천5백만의 눈물겨운 합심과 노력이 지향하는 21세기의
비전은 제4의 혁명의 물결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새 천년의 국가경쟁력은 곧 제4의 혁명에 따른 환경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기에 잠들어 있다가 20세기 1백년동안 파란만장하고 고통스럽게
살았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오늘 미국의 활력이 되고 있는 과학
기술과 정보혁명의 핵심을 직시할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