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정부가 경제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효율성은 매우 낮아진다.

국가가 계획에 의해 경제를 움직인 사회주의는 그래서 실패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장경제이론 논문을 최근들어 가장 왕성하게 발표하고
있는 학자가 피터 보에케 교수(미국 조지메이슨대)이다.

그는 경제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창밖의 세계"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상에 앉아 창문 안쪽만 보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이 그를 만나 시장경제이론의 흐름에 대해 논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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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병호 소장 =저는 보에케 교수님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펴는 오스트리안
경제학자라고 봅니다.

귀하가 추구하는 경제학은 어떤 것입니까.


<> 피터 보에케 교수 =오스트리아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해 놓은 것입니다.

하이에크 교수가 대표적인 분이지요.

"자생적 질서"로 설명했으니까요.

즉 개인의 행위가 재산권 계약 동의가 보장되는 제도아래 공공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시장의 질서를 소중히 생각하면서 정부는 게임의 법칙을 설정
하는 역할만 하고 그 법칙에 따라 개인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
오도록 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여 게임의 주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 거지요.


<> 공 소장 =많은 경제학자들이 배운 주류 경제학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또 그 한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보에케 =주류경제학이 크게 기여한 부분은 가격과 수량의 관계를 설명
했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이 답해 주지 않은, 심지어 제기하지도
않았던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국가간 차별 성장률에 관한 것입니다.

주류 경제학은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요.

주류경제학은 일반적인 수렴현상에서 보듯이 한 나라의 경제적 우위나
낙후성을 성장궤도에 수렴시켜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스트리아 경제학은 오늘날 현실 세계에서 클럽(club)형 성장궤도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저균형성장궤도와 고균형성장궤도가 존재합니다.

문제는 바로 현대 경제학의 모델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델은 역사 문화 등 경제 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따라서 막스 베버나 하이에크가 인간의 관습에 기초한 법과 입법의 차이에
관해 언급했듯이 우리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다루는 가격과 수량의
범주를 뛰어 넘어서 경제 외적인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스트리아 경제학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 공 소장 =오스트리아 경제학적 분석이 미래의 경제현상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겠군요.


<> 보에케 =그렇습니다.

경제이론의 진가는 늘어나는 경제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며 지구촌 경제현상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보탬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최근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진단함에 있어 여러 가지 모델을 적용시키고자
했습니다.

일부 모델은 아시아의 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세계는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받을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다른 모델은 아시아의 위기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보았는데
지금 우리는 구조조정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아시아가 이다지도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시장원리를 준수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지금의 개혁은 놀랍습니다.

이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폴 크루그먼이나 조셉 스티글리츠와 같은 학자들이 내세운 자본통제 모델을
적용시켰더라면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치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었을
것입니다.


<> 공 소장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은
위기를 피상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개입주의의 실패라고 보는데요.

따라서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더욱 많은 경제적
자유를 부여해야 합니다.

특히 금융부문에 대한 정치권을 포함한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나 큽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이 이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 될까요.


<> 보에케 =맞는 말씀입니다.

서구도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즉 정부를 문제 발생의 원인이라고 보지 않고 해결해주는 대상으로 간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경우 위기의 원인은 정부와 정실자본주의 등입니다.

일본도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익집단에 의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이런 사정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자유를 제한적으로 누릴 수밖에
없는 거지요.

이 점에 있어 서구와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서구사회가 겪었던 과정을 밟아서 충분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공 소장 =제가 알고 있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들은 매우 열심히 연구
하고 계시는데 왜 오스트리아 학파가 소수학파로 남아 있는 것인지 설명해
주시지요.


<> 보에케 =답하기가 좀 복잡한 문제입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은 언어적 논리와 경제사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분석적 서술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 방법은 현재 미국경제학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많은 학자들이 국가별 차별성장률을 설명해 주는 내생적 성장이론
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처럼 주류경제학자들이 만족한 설명을 해 줄수 없던 분야를 오스트리아
경제학자들은 답해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사에 대한 재조명이 있을 것이고 대학에서도 서술적 경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입니다.

더욱이 동구의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계획경제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관심이 없었던 오스트리아 경제학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때가 왔다고 봅니다.


<> 공 소장 =경제학은 기술적인 측면이 강조된 경향이 있었습니다.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엔지니어링에 가까웠죠.

실제 사회의 경제현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
주는 교육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존의 교육이 제공하지 못하는 실제 경제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오스트리아
경제학이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보에케 =제 자신도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칠 때 교실의 칠판만을
보지 말고 창밖의 세상을 쳐다 보라고 요구합니다.

우리 세대가 배운 것은 그저 교실에서 가르치는 이론에 불과하였습니다.

인간의 활동이 자생적으로 제도(Institution)를 만들어 낸다는 인식을 가져
오게 한 오스트리아 경제학은 높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공 소장 =오스트리아 경제학을 "창밖의 세계"를 설명하는 도구로 설명해
주시니 이해가 쉽게 되는군요.


<> 보에케 =뉴욕에서 공부를 하면 실제로 확연히 창밖의 세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창안에서 공부하는 자신과 창밖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활동을
보고 있으면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시카고 경제학은 이 점에 있어서 전환점을 제시했습니다.

산업조직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슈퍼마켓에 가서 실제 물품재고조사를
요구하는 하였죠.

이런 교육이 선입 선출법(First In First Out)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 공 소장 =교실의 경제학이 아닌 실생활의 경제학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1993년 "왜 페레스트로이카는 실패했는가"를 발간하셨지요.

북한문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왜 사회주의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보에케 =사회주의의 이상은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주의의 시스템은 인간의 본성과 동떨어진 것이란 사실이 중요합니다.

동기(Incentive) 부여의 문제와 정보의 문제가 그 핵심을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그 이상과는 달리 소수 지배계층(Ruling Elite)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공공선택이론에서 말하는 지대추구사회(Rent-seeking Economy)가 된다는
것입니다.


<> 공 소장 =한국에선 경제위기를 겪은 후에 "제3의 길"을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부의 재분배를 중시하는 여론이 일고 있고 기든스 같은 학자들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보에케 =하이에크가 그의 책 "예종에의 길(The Road to Serfdom)"에서
지적하고자 한 것은 이러합니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권위주의로 귀착하게 된다는 점이죠.

제3의 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자유에
많은 간섭을 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정부는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여 개인의 경제적인 자유뿐만이 아니라 그밖의
자유에도 개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3의 길은 두 가지 점에서 불가능합니다.

첫째 어떻게 정부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가의 문제이며,
둘째 비록 정부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더라도 수많은 개인들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정부는 초인간적인 존재가 될 수 없죠.

하이에크가 말하고자 한 것은 민주사회에서도 다수결주의로도 행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다수결주의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그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 공 소장 =오스트리아 경제학을 이끄는 학자로서 귀하의 건투를 기원
합니다.


<> 보에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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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에케 교수는 누구 ]

피터 보에케 교수는 시장경제이론을 주창한 "오스트리안 학파"내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활동을 펼치는 경제학자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즈라엘 커즈너 교수를 이어 오스트리안 경제학을 한 단계 도약시킬
기대주로 꼽힌다.

그는 요즘 자유주의 경제학과 법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미국의 조지
메이슨대학에서 지난 89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90년부터는 커즈너가 재직하고 있는 뉴욕대학에서 조교수로 활동
했으며 93년엔 스탠포드대학내 후버연구소에 잠시 몸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조지메이슨 대학의 경제학과 부교수로 있다.

그는 시장균형이론 비교정치경제학 경제사상사 경제방법론사 등을 주전공
으로 하면서 폭넓은 독서와 관심으로 주목할 만한 논문을 계속 펴내고 있다.

오스트리안 경제학을 A부터 Z까지 꿰뚫고 있어 젊은 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요 오스트리안학회지인 "리뷰 오브 오스트리안(Review of Autrian
Economics)"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이에크와 미제스 등의 고전문헌에도 정통하다.

93년 내놓은 "페레스트로이카는 왜 실패했는가:사회주의 정치와 경제의
전환"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정치경제학" 등은 그의 관심 영역이 어디
까지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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