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한다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우 8.15경축사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이것이 과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적지않아 곤혹스럽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중산층및 서민층주거안정대책"이다.

이 대책의 골자는 현재 5채로 돼있는 임대사업자 등록기준을 2채로
완화한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완화"가 현행 세제상의 모순과 어우러져 빚어내게될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지않다.

우선 현행 소득세법상의 주택임대소득과세제도는 한마디로 엉터리다.

부동산 임대소득을 종합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서는 전세및 임대보증금을 총수입금액에서 제외, 비과세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

(소득세법 25조및 동시행령 53조)

임대사업자가 삭월세로 받으면 과세하고 전세로 놓으면 면세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여기에 임대사업자기준완화가 겹쳐 연출하게 될 결과는
한마디로 코메디다.

아파트 1채를 가진 사람이 전근등으로 살던 집을 세주고 다른 곳에서 전세를
얻는다면, 그는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방한칸을 세놓아도 세금을 내야한다.

그러나 2채라면 면세혜택을 준다는게 임대사업자기준완화조치다.

갖고있는 집 2채를 모두 전세주고 자신은 다른 곳에 세를 얻는다면, 그는
임대주택사업자가 돼 소득세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5년이상
세를 놓았다면 양도세도 면세받게 된다.

이런 것이 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하는 세제인지는 근본적으로 의문이다.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세금부담의 형평을 기하겠다는 얘기와도
거리가 멀기는 마찬가지다.

임대사업자기준완화는 미분양아파트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건설업자들의
오랜 숙원이다.

정책당국의 선택에 따라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한마디로
못된 짓이다.

낯 두껍고 고압적인 행정,중산층과 서민을 바보취급하는 행위라고 해도
별로 지나치지 않다.

지금 미국에서는 작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재정흑자처리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세율을 낮추는 등으로 세금을 깎아주자는 공화당과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주장이 팽팽하다.

의회를 통과한 세금감면안이 행정부로 이송돼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클린턴은 벌써부터 분명히 하고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선거를
한해 앞두고도 세금부담을 덜어주지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정당이
있다는게 신선하다.

단한번도 세법개정안이 정치권의 쟁점이 된 적이 없는 나라, 언제 어느때고
여당이건 야당이건 세금얘기만 나오면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이론이 없는 나라, 그런데도 세금부담은 가벼워지는 것 같지않고 또 그래서
세금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커지기만 하는 우리들의 현실에서 보면 그렇다.

세금과 관련된 숱한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우리 모두의 세금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

주택임대사업자 기준완화등 중산층및 서민지원시책이라는게 과연 지원책인지
따져보는 슬기가 있어야할 것은 물론이다.

소득세율인하나 소득공제확대도 냉정히 따지면 서민들의 세금부담을 경감해
주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 유형의 세제개편이 되풀이돼 결국 소득역진적인 간접세비중이 커지고
그것이 분배구조를 왜곡시킨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소득세경감조치는 그것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든 현재 소득세를
내지않는 서민(근로자의 55%선)들에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될 수는 없다.

또 소득세율인하등은 결과적으로 소득이 적은 계층보다 많은 계층에게 더
많은 세금경감효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금으로 인한 불평.불만은 세금의 절대액보다 부담의 불공평때문이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간 형평이 맞지않는다는게 세금문제로 인한 불만의
주종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업자의 36%에 달하는 1백3만명이 월매출액이 2백만원이 되지않기 때문에
소득세는 물론 부가세도 단한푼 내지않는게 우리 현실이고 보면 세금부담의
형평은 정말 심각한 국면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영세사업자인 서민지원이라는 명분 때문에 재경부가
마련한 세제개혁안에서도 또 숙제로 남겨졌다.

행정편의나 능력부족 때문인지, 정말로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지,
판단은 시각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중산층및 서민보초"라는 허울좋은 구호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1백조원을 웃도는 나라빚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