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로 초래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사태 이후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의
대우의 해외채권자들은 대우채권 처리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한동안 잠잠하던 한미통상관계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긴장관계가 조성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대한 창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 및 대우사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과 한미통상
현안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 만난 사람 = 최경환 < 전문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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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한국에 체류한 외국인으로서 최근의 한국 경제상황, 특히 기업
구조조정 추진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한국의 경제상황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고 개혁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우 사태는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 경제가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대우사태 이후 금융시장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대우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들
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 본연의 역할이며 대우 살리기와는 무관
하게 이루어진 조치들입니다.

기아사태 때는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처리가 지연돼 많은 비용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기아사태 때에 비해 정치권 정부 기업 채권단 등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
함으로써 한국의 위기극복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대우의 해외채권단은 대우 부채 처리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주로 무엇이 불만인가요.

"해외채권단이 신규담보 제공분 배분에서 제외되는 등 대우 부채 처리과정
에서 소외되면서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수하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금을 빌려준데 대해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다만 외국 채권단들은 국내 기업이나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므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 줘야 합니다.

해외채권자들은 그들의공식입장을 금주중 한국정부와 국내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국내채권단은 채무상환 만기연장, 신규여신 공급 등 조치를 취했는데 해외
채권단이 이를 외면한다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요.

"국내채권단이나 해외채권단이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는 입장이
다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채권단은 대우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과 사회적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러한 조치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해외채권단은
이를 고려하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미투자협정이 스크린 쿼터 문제로 계속 난항을 보이고 있는데 두 가지
문제를 별개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 두 가지 사안은 별개 문제가 아닙니까.

"미국측은 스크린 쿼터를 먼저 해결하고 투자협정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
입니다.

투자협정을 스크린 쿼터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것이지요.

미국 영화업자들의 로비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본인도 한국의 현실상 스크린 쿼터 문제는 단시일내 해결이 어려우므로
따로 해결하자고 제안했었지만 미국측에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측에서는 스크린 쿼터가 한국내에서 극장에 대한 투자확대에 걸림돌
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투자협정과 스크린 쿼터 문제는 분리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투자협정은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스크린 쿼터와 투자협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스 회장께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난 6월 워싱턴 방문시 밸런티(Valenti) 미 영화협회 회장에게 한국정부
가 현실 여건상 스크린쿼터에 대한 양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투자협정과 별개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스크린쿼터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이 강경합니다.

최근 재경부장관을 방문하여 미국측의 반응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 논의했습니다.

한.미 양국정부및 이해단체가 협력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간 양해각서 체결로 일단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측에서는 전혀 불만이 없는 상태입니까.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외국산의 점유율이 0.46%에 불과한데 왜 불만이
없겠습니까.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민들의 거부감이 문제입니다.

1백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국에서 언론이 2천~3천대에 불과한 수입차
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런 상황이 공정한 무역환경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30만대의 자동차가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한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로 중.소형의 일본차 수입이 늘 경우 수입차에
대한 한국민의 거부감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요.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되리라 봅니다. 그러나 자동차 수입이 몇백대만
늘어도 대서특필하는 한국언론의 보도태도나 외제자동차 소유자에게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유럽산 자동차의 수입은 늘고 있으나 미국산은 오히려
줄고 있어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판매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한국의 수입차 시장구조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입차 하면 벤츠나 BMW 같은 고가 자동차만 생각하지 않습니까.

미국산엔 그런 고가 차가 없습니다.

미국 자동차회사로서는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차를 수출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회사들도 당장의 손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수입의약품에 대한 추가 의료보험 약가 등재허용으로
한.미간 이견이 해소된 상태인가요.

"등재는 허용됐으나 가격문제로 아직도 의료보험 적용을 못받고 있습니다.

수입가격의 50~75% 저렴한 가격만 인정해 주겠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지난번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도 보았듯이 보호무역주의가 분명히
강화될 것입니다.

한.미간에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항상
마찰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미투자협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논의를 빨리 진전시켜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조치를 취했는데 아직도
한국은 외국인들이 사업을 하기에 불편한 나라입니까.

"최근 외국인 투자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과거에는 소규모 투자여서 좋은 경영자가 한국에 오지 않았으나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최고수준의 경영자들이 한국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기 전에는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오나 한국에 체류하면서 점점 인식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대외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제 한국도 일본 대만 수준의 투자환경을 갖추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규제가 남아 있고 허가절차도 복잡해 투자환경개선
노력은 지속돼야 합니다"

-제일 서울은행 매각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외국인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외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의 매각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저는 한국 정부의 매각 의지를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은행 매각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은행 매각이 가시화됐을 때 한국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해 확고한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매각협상이 지연되는 것은 정부가 협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각협상 담당 공무원은 혹시 있을지 모를 청문회와 감사원 감사 등 책임
추궁을 의식해 미세한 문제에도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협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상거래는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자세로
임해야 성사가 가능합니다"

-최근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한
열의가 식어가고 있고 협상에 임하는 한국기업들의 태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유치는 외환위기 극복외에도 기업구조 개선,
경쟁촉진, 경영투명성제고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외화사정이 다소 나아졌다고 외국인 투자유치에 소극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외국투자자들도 이제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자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IMF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재벌구조 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한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금융시스템을 정비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는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에서 해결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시장경제를 주장하다가도 문제만 생기면 정부가 나서라고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시장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kghwch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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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78년 미국 브리검영대 법대 졸업(JD)
<> 78~80년 베이커&매킨지 변호사
<> 80~ 현재 김&장 변호사
<> 98~ 현재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