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천 < 한림대 교수 / 언론정보학 >

다가오는 21세기를 우리는 지식정보사회라고 부른다.

21세기에는 창의성과 개성에 바탕을 둔 지식과 정보가 경제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식정보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21세기
선진국은 환상일 수밖에 없다.

지식정보사회를 향한 선진국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미국 클린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자정부와 초고속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을 강조하였다.

이 두 가지 정책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지금 클린턴 정부의 관심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의 활성화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미국은 이미 전자상거래 주요 법안중 <>인터넷 면세법 <>디지털 저작권
보호법 <>정부문서 작성금지법 <>온라인 아동 사생활 보호법 등 4건을 이미
법제화하였다.

또한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도 국제협상을 전개하면서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아마도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은 미국이 21세기에도 초강대국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무기가 될 것이다.

일본 통상산업부는 최근 "디지털경제 시대를 향해"라는 책자에서 정보기술에
대한 일본의 잘못된 인식이 90년대 후반 미국과 일본 경제의 역전현상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과감한 인식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침체기에 미국은 오히려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렸으며,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는 전자적 정보산업의 성장을 촉진시켰고 곧 미국경제의 효율성을
대폭 증대시켰다는 것이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초고속의 정보통신망을 토대로 형성되는 사회다.

현재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56kbps 모뎀으로 3.5분 분량의
동영상을 다운로드받기 위해서는 23분이 소요된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속도다.

그러나 8Mbps ADSL기술을 이용하면 10초가 걸리고 10Mbps 케이블 모뎀은
8초 안에 해결한다.

현재의 전화망은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턱없이 속도가 떨어진다.

선진국들이 인터넷의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통신망을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통신산업은 80년대와 90년대에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다.

전화보급률이나 서비스품질 등 전화만을 놓고 보면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한국의 정보화지수나 ISDN 보급률이 미국의 10분의1 수준이라는 점은 단순한
지표비교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환기의 디지털화율이 99년6월말 현재 70.0%에 그친다는
현실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몇년전에 모든 교환기를 디지털화했다.

지식정보사회는 모든 정보가 디지털로 축적되고 전달되는 디지털경제다.

가입자망의 디지털화나 광통신화는 고사하고 아직 아날로그 교환기가
사용되고 있는 우리 실정에서 디지털 경제는 요원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한국이 지식정보사회를 위한 세계적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투자재원의 부족 때문
이라 할 수 있다.

투자재원의 부족은 90년대 중반 이후 인기위주의 공공요금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90년대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6% 상승하였는데도 문민정부 하에서 전화요금은
연평균 7~8% 인하되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할 상황에서 투자규모가 줄어
들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보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IMF 금융위기 이후 벨 캐나다, BT 등 세계적 우량기업들이 한국 통신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들 기업이 가입자수는 한국통신과
비슷하면서도 가입자당 영업수익은 한국통신의 2~3배에 달해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외국기업은 튼튼한 이익을 바탕으로 해외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방만한 경영체제를 슬림화하여 경영효율을 높인 결과 이같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물론 통신요금이 한국처럼 물가정책에 의해 통제되지 않으므로 그만큼 이익
기반이 넓기도 하다.

21세기는 원자력발전소나 고속철도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훨씬 중요한
사회가 될 것이다.

올해는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해이다.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심각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