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보는 말이 "휴가는 다녀 오셨나요"가 아닌가
싶다.

딱히 휴가를 여름철에만 이용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도 않다.

그런데 여름휴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여름휴가는 우리네에겐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섭섭한 연례 행사가 된 느낌이다.

더욱이 "어디로 다녀오셨나요"라고 묻는 것처럼, 어디를 갔다 와야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낸 것처럼 된다.

그러다보니 휴가철이면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곤 하는 모양이다.

8월달 우리회사 사보는 여름휴가를 특집으로 다루었는데 그 내용중에 지난해
직원의 휴가사용실태를 조사한 게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직원의 휴가사용이 예년보다 현저히 줄었다는
사실이다.

담당자를 불러 물어 보았다.

그는 IMF사태로 인해 구조조정을 하다보니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었기 때문에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답을 듣고나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도 안 가고 회사일에 매달렸던 직원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단순히
복지차원을 넘어서 가족의 결속차원에서도 소중한 휴가를 챙겨주지 못한
경영자로서 미안한 마음도 숨길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경제발전이 근면성실에 기인했다"고 내세우며
"일은 미덕"이고 "휴식은 악덕"시한 경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근면성실과 내핍절약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사회에서 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이러한 사회구조속에서 30여년 직장생활 가운데 제대로 휴가를 가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노동집약적 사회가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다.

근면성실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의 창출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얼마전 한 잡지에서 아시아 국가중 한국경영자들의 휴가기간이 필리핀
경영자보다 적으며 휴가장소도 대부분 회사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예전 같으면 근면성을 칭찬하는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 기사 논조는
제대로 휴가도 못가고 일상업무에만 매달려 있으니 무슨 새로운 전략이
나오겠느냐는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었다.

이제는 휴가가 단순히 과로사 예방차원이 아니라 가치창조형 휴가문화로
전환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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