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술로 한 맹세는 술이 깨면 사라지네. 물로 한 맹세 역시 물이
마르면 없어지지... 라라... 잉크 따위론 맹세하는 법이 아니지. 한 방울의
피가 이 몸에 남아 있어도 기사는 맹세를 지켜야 하리. 그러기에 피로 한
맹세는 일생에 한 번도 많다네...''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게임 ''리니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마치 현실세계를 가상공간에 옮겨 놓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인간 사이의 우정과 사랑, 협동과 경쟁, 꿈과 도전 등 인생사의 다양한
스토리가 등장한다.

가히 인터넷이 창조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라 불릴 만하다.

이 게임은 지난해 선보인 이후 1년도 채 안돼 전국 수십만여명의 게이머들을
사로잡고 있다.

리니지 게임 하나로 올해 1백억원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엔씨소프트(www.ncsoft.co.kr)의 김택진(34) 사장.

무한한 시장을 창출해 내기 시작한 게임산업의 승부사다.

그가 개발한 리니지는 외국산 온라인 게임의 대명사 "스타크래프트"에
대항하는 국산 온라인 게임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리니지는 머드(MUD.Multi User Dungeon) 게임의 일종이다.

소프트웨어를 심어 혼자 즐기는 종전 게임과는 달리 통신망으로 연결된
온라인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경쟁하며 즐길 수 있다.

현재 리니지의 전국 회원은 모두 50만여명.

한꺼번에 최대 5천여명이 동시에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같은 기록으로 보면 세계 모든 온라인게임을 통틀어 2,3위를 다투고 있다.

"젊은이들이 한번쯤 영화감독을 꿈꾸는 것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게임 마스터를 꿈꿉니다. 컴퓨터의 첨단 3차원 게임들은 영화 못지않은
기술과 예술성 작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대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은 영화와 아주 흡사합니다"

김 사장은 이미 대학시절 서울대 컴퓨터동아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이름을 날렸다.

"아래아 한글"은 1년 선배인 이찬진씨와의 공동작품.

대학원생때는 한메타자로 이름을 날린 "한메소프트"라는 벤처기업을 처음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인터넷 게임에 눈뜨게 된 것은 병역특례로 한 대기업의 미국
연구소에서 일했을 때였다.

당시 인터넷 시장이 꿈틀거리는 미국을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

"실리콘밸리 등을 돌아보면서 인터넷이 미래의 최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떠오를 것임을 확신했습니다"

김 사장은 이같은 비전으로 지난 97년 3월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처음 내놓은 작품이 바로 리니지 게임.

리니지는 나오자마자 기존의 1차원적 낡은 게임에 식상해 있던 게이머들
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머드게임을 대중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엔씨소프트에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게임 마스터들이 총집결해 있다.

56명의 직원 가운데 게임 개발자가 30여명이다.

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송재경(33)씨는 국내 머드게임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손꼽힌다.

리니지를 비롯해 "바람의 나라" "쥬라기 공원" 등 게이머들이 열광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 리니지 게임은 모두 12편 가운데 3편까지 제작이 끝난 상태다.

내년 상반기까지 12편 모두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몇몇 기업들과 수출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실체없는 거품이라는 견해도 많습니다. 그러나 게임
분야 만큼은 다릅니다. 매년 30%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부가가치 산업
으로 떠오르고 있죠. 때문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인텔은 물론 일본 소니
등 거대기업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인터넷 온라인 게임시장은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도전해 볼만한 대표적인 분야"라며 "엔씨소프트는 미국 일본의 거대
자본과 당당히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스타크래프트와 다른 점 ]

얼마전까지만 해도 게임방에 가면 90% 이상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하지만 요즘은 "리니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용 게임방이 생겨날
정도다.

그 매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는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진행하는 네트워크 게임이란 점에서 같다.

그러나 장르는 다르다.

스타크래프트가 2~8명이 전쟁을 벌이듯 상대방과 실시간 공격을 주고받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리니지는 참여자가 가상공간에서 어떤 인물의
역할을 부여받아 모험을 하거나 전투를 벌이는 "롤 플레잉 게임"이다.

동시에 수백~수천명이 참가할 수 있는게 특징.

리니지는 채팅과 게임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가상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게 커다란 매력이다.

우선 스토리를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용자가 왕자 공주 기사 요정 등 특정인물이 돼 게임속 가상무대인 중세
시대를 돌아다니며 대화를 나누고 싸움도 벌인다.

리니지와 같은 그래픽 머드게임이 영화적 특성을 갖는 것은 이때문이다.

캐릭터 사물 배경을 마우스 클릭만으로 변화시켜 색다른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이밖에도 리니지는 채팅과 실감나는 3차원 그래픽을 앞세워 다양한 사회
활동을 간접 경험하게 만든다.

가상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만들면서 현대인의 욕구를 대리만족시키는
것이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단순한 대결구도를 이룬다.

승부는 한번에 결정난다.

이미 만들어진 무대에서 팀을 이뤄 승부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다만 게임의 무대를 사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서로 동맹을 맺어 도와가면서 싸운다는 점에
있어 약간은 사회활동(협동심)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리니지에 비할 바가 못된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