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열대야'' 열풍이 거세다.

폭우와 태풍이 잇따라 지난 6일 밤부터 7일 새벽 사이 대도시에서 다시
등장한 열대야 현상은 13일을 고비로 한때 세력이 약화될 기미를 보였으나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기온이 다음날 새벽까지 섭씨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나타난 날은 7월 2번, 8월 5번 등 모두 7차례.

14일부터 아침 최저기온이 섭씨 23~24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밤 10시
기온은 여전히 섭씨 28도를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한증막처럼 더운 열기속에서 뒤척이며 잠을 청하고
있다.

<> 원인 =낮에 쏟아진 태양의 열기를 밤에 제대로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나라는 하지때 가장 많은 태양열을 받는다.

그러나 이때 덥지 않은 것은 지열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를 지난후 1~2개월이 지나면 지표가 달궈지면서 무더위가 시작된다.

낮동안 지구에 축적된 열기는 태양이 지고난 밤에 방출된다.

그러나 구름이 많거나 습도가 높으면 열기가 제대로 방출되지 않고 대기중
에 그대로 남는다.

이 때문에 열대야가 발생한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지난후 열대야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열과 태양열로 발생한 수증기가 대기중에 모여들면서 열기의 발산을 막는
일종의 온실효과를 내면서 습하고 무더운 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것도 열대야 현상을 부추긴다.

상하층간의 공기혼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낮의 뜨거운 공기가 밤에도 대기중
에 머물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날씨는 낮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밤에 구름이
끼고 습도가 70%를 웃도는 "축축한 밤"이 계속되고 있다.

열대야가 발생하는데 가장 좋은 조건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열대야는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더 빈번히 발생한다.

아스팔트 도로, 콘크리이트 빌딩 등이 밤에도 계속 복사열을 뿜어대는데다
에어컨과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인공열과 대기오염이 기온상승을 더욱
부추키기 때문이다.

열대야는 또 낮 최고기온이 40도이상인 열대지역보다 아열대 지방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열대지방은 습도가 낮아 밤에 열을 빨리 방출시킨다.

<> 현황 =한반도에서는 94년 이후부터 열대야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86년이후 열대야현상은 손꼽을 정도였다.

86년 한차례, 88년 6번, 98년~92년동안 매년 2~3차례 정도였다.

87년과 93년에는 열대야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94년에는 무려 34일이나 열대야현상이 나타나 불면증에 시달렸고
그후 95년 15번, 96년 11번, 97년 14번의 열대야현상이 있었다.

특히 97년에는 기상관측사상 처음으로 9월에 열대야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들어서는 7번이나 열대야현상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올 여름은 8월 하순에도 무더운 "늦더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잠못이루는 밤"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부작용 =열대야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나타난다.

열대야가 되면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80이상이 돼 신경이 예민해진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생활리듬이 파괴되기 쉽다.

이 때문에 피로가 빨리오는 등 무기력증에도 시달린다.

불쾌지수가 75 이상일 때는 절반정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고, 80 이상
이면 대부분 사람이 짜증을 내게 된다.

한 실험에 의하면 외부 온도가 너무 높아지는 경우 체내 온도조절 중추가
작동, 중추신경계가 흥분하게 돼 각성상태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여름철 열대야가 발생해 밤의 기온이 높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중추신경이 작동한 결과이다.

그러나 덥다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가동시킨 상태에서 자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드문 경우이긴 하나 호흡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열대야 이기려면 ]

사람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적정온도는 섭씨 18도에서 20도 정도.

그러나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 온도가 섭씨 30도를 넘기 일쑤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더라도 쉽게 잠을 자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열대야가 발생하면 밤에 잠을 설치고 낮에는 체력이 떨어져 제대로 활동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식사와 취침
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열대야 극복방안을 알아본다.

먼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활동함으로써 뇌속의 생체시계를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특히 낮잠은 금물이다.

초저녁에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흘린후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긴장감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샤워 후에는 반드시 젖은 수건을 사용, 피부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닦아낸다.

샤워를 하면 급격히 체열이 손실된다.

이때 우리 몸은 반사적으로 혈관을 확장시키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일시적
으로 체열을 올린다.

몸에 남은 물기가 이를 방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당류와 비타민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주스나 과일 등을 적당히 먹거나 마셔 어느정도 포만감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커피 홍차 초콜렛 등 카페인이든 음식이나 술을 마시는 것은 절대
금물.

잘 때는 될 수 있으면 옷을 모두 벗도록 하되 소화기관이 예민한 사람은
배부위만 가벼운 타월 등으로 덮어주면 된다.

배가 너무 차갑게 되면 장운동에 영향을 줘 아침에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선풍기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실내온도는 섭씨 26~28도로 유지한다.

선풍기를 켠 채 잠을 잘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 체온 저하와 질식사를
예방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