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착실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우리는 이에 상당히 공감하면서도 앞으로 갈 길이 훨씬 더 멀다는 점을
일깨우고자 한다.

이 계획은 달러확보와 선진 경영기법 도입 등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지난 해 8월 마련됐고 지난 3월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공기업민영화특별법"도
제정됐다.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의 반발과 경제여건의 변화로 일부 차질을 빚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공기업의 민영화 취지는 공공부문의 비중을 축소함으로써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여 국민에게 충실하게
봉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1백8개에 이르던 공기업은 97개로, 인원은 3만1천여명
이나 줄었다.

외자 46억달러를 포함한 5조6천억원의 매각수입을 올렸고 이 중 2조5천억이
재정으로 들어가 실업대책비와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쪼들리는
나라살림에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만족할 수준은 못 된다.

한국통신과 포철 등이 해외에서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했지만 팔린
공기업들은 대부분 한국종합기술금융 남해화학 등 소규모 기업들이다.

덩치가 큰 한국중공업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매각은
지지부진하고 그 세부 추진계획도 자꾸 늦춰지고 있다.

여건이 달라져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주무부처의 이기주의와 공기업의
철밥통 의식에 발목을 잡힌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경제의 회복기미가 뚜렷해지며 공기업 개혁이 흐지부지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맹목적인 애국심을 자극해 우리 기업을 구태여 외국인들에게 넘겨줄 필요가
없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일부 공기업에는 1~2년만 버티면 된다는 안일한 분위기가 가득하다고 한다.

민영화 이후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매각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공기업과 부실한 은행을 기필코 매각해야 한다는 당초의 비장한 각오가
사그라진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공기업 개혁에 앞장서온 기획예산위원회조차 개혁의지가 퇴색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받는다.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권의 압력으로 민영화가 후퇴할
가능성은 아주 크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부당한 압력에도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오히려 정부 출연기관 위탁기관 국책연구소 등 산하단체의 경영혁신
노력까지 강화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은 결코 마무리되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의 구조조정 의지를 의심하는 외국의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