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독립적인 기업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공정한 경쟁의 틀 속에서
시장경제가 잘 작동될수록 좋다.

그 효과가 생산자나 수요자 모두에게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온갖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태어나고 활성화돼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중소기업들이 자유와 자율의 원칙 아래 한국경제의 뿌리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나름대로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그동안 많이
해왔다.

앞으로 금융개혁 재벌개혁 등이 효과를 거두게 된다면 중소기업환경은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들 역시 급변하는 새로운 환경과 패러다임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서로 어우러져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들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정책은 이질다원적 중소기업의 본질과 존립형태및 분야,그리고
국민경제에서의 의의를 충분히 공감한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경제학 경영학은 물론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분야가 그야말로 학제적으로 접근돼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문제의 본질을 파헤칠 수 있고 대응책 역시 효과적이게
된다.

우선 중소기업의 본질에 맞고 중소기업의 본질에 충실한 정책이어야 한다.

독립 중소기업은 자유기업이며 자율기업이다.

과거 20년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기술혁신성과의 절반은 다름아닌 중소기업에서 나왔다.

60년대 미국 철강산업과 석유정제산업의 7대 혁신 성과들도 모두 중소기업
에서 도출됐다.

이는 중소기업의 본질이 자유와 자율의 원천임을 입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민주와 경쟁의 원천이다.

자유기업의 확산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한다.

조직내부도 큰 조직에 비해 민주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다.

경쟁은 태어날 때부터 중소기업엔 숙명과 같다.

중소기업은 시장경제 그 자체라고 봐야 한다.

자유와 자율은 창조와 혁신의 전제조건이며 민주와 경쟁은 촉진조건이다.

중소기업 중심구조의 당위성도 바로 우리 산업사회를 더욱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만들어 보자는데 있다.

중소기업들이 자유와 자율,민주와 경쟁을 만끽할 권리를 인정하고 중소기업
들에 자유와 자율, 그리고 민주와 경쟁을 되돌려주는 정책이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중소기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그들의 경쟁의욕이 샘솟도록 공정
경쟁의 틀이 마련되고 "큰 게 좋다"라는 규모간 편견을 불식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독일 미국 등지에서는 중소기업이 피나는 경쟁을 벌이도록 의식을 고취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큰 게 좋다는 편견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이상 교과과정과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

대학학제에 기업현장에서 체험학습을 부여하는 샌드위치 프로그램을 도입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방학기간을 이용한 중소기업 현장체험, 즉 "중활"도 효과적이라고 본다.

"농활"처럼 말이다.

거시경제환경에 맞는 중소기업정책이 아쉽다.

시장금리는 한자리숫자에서 내려가는데도 중소기업 정책금융의 이자율이
더 높거나, 워크아웃 대상 중소기업들의 금리 역차별현상은 중소기업 지원
수단의 경직성과 비현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벤처정책도 벤처산업 인프라 확충과 벤처산업 문화형성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틀 속에서 참된 벤처기업들이 많이 태어나고 잘 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비용전가적인 구조로부터
연결과 집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 경쟁력구조로 탈바꿈돼야 한다.

끝으로 중소기업지원 행정조직과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이 바탕에 깔린 중소기업 본질에 충실한 정책이
기획되고 집행돼야 한다.

얼마나 중소기업을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중소기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이 바뀌면 중소기업 정책도 변화돼 왔다는 사실은 고객인 중소기업의
본질이 정책의 근간이 되지 못하고, 고객중심이 아닌 공급자중심의 정책이
그동안 화려하게 펼쳐져 왔다는 얘기다.

부끄러운 과거이고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 21세기가 눈앞에 와 있다.

작은 조직의 혁신능력을 믿고 앞서서 활용해야 경제선진국이 될 수 있는
산업사회가 코앞에 와 있다.

중소기업중심의 경제구조 실현 말고 더 효과적인 대안이 있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