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있어 올해 대일 적자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1백억달러에 육박하리라는 어두운 소식이다.

국내 경기가 회복되며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데다
일본 소비재의 수입을 막아오던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지난 달 모두 풀리자
소비재까지 봇물처럼 밀려드는 탓이다.

일본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므로 수출이 늘어나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저절로 증가한다.

산업구조가 일제 기계와 소재 및 부품을 들여다 조립하거나 가공해서
수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국 국교가 정상화된 지난 65년부터 98년까지 무역수지 적자 누계는
4백65억달러에 그쳤음에도 일본과의 그것은 3배가 넘는 1천4백35억달러에
이르렀다.

전 세계 시장에서 피땀흘려 번 외화를 일본에 몽땅 쏟아붓는 격이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는 공교롭게도 최근 발간된
일본 잡지에서 "한국경제가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한국이 만들고 수출하는 물건의 99%는 일본과 같은 "미니 일본""이고
"한국은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수출하는 저부가가치의 패스 스루
(pass through) 경제"라고 혹평한 뒤 부품산업의 유무가 양국간의 최대
차이라고 지적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도 지나친 일본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자본재는 물론
부품.소재산업의 육성, 수입선 전환, 대일 유망수출 상품개발 등 수입을
유발하는 산업구조와 무역구조를 바꿔보려고 진력해 왔다.

대일 수출촉진단을 여러차례 보내는 등 일본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러나 대일적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후손들에게 잘 사는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같은 만성적인 대일 역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일을 남북통일에 버금가는 국가적
과제로 정해야 한다.

정권과 무관하게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20~30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과거 정책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 분석해 산업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알찬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범위에서의 자금 및 세제 지원은 필수다.

소비재의 수입급증은 충분히 예상하던 일이고 또 자본재에 비해서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국민들도 대일적자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는 있다.

질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로써 자신이나 가족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