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호주 부총리겸 재정장관은 지난 7월초 모든 공직을 사임했다.

자폐증이 있는 다섯살짜리 아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강영우가 한국인 최초의 맹인박사가 된데는
서울맹학교시절부터 눈과 손발이 돼준 부인 석은옥의 헌신적 뒷바라지가
있었다.

연세대에 입학원서를 접수를 가능케 한 김관석목사, 장애인 유학
제한법규를 고치려 건의문을 만든 박대선 당시 연대총장 등의 도움이 컸던
것도 물론이다.

장애인의 재활엔 이처럼 본인의 의지와 부모를 비롯한 주변의 정성과 지원,
특수교사의 헌신적 노력 등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의 장애인은 공식집계로만 1백만명이 넘는다.

비공식적으론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도장애자가 많지만 선천성 장애아도 급증한다는 보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냉정하다 못해 잔인한
경향까지 있다.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이유로 맹인가수 이용복의 TV출연을 막은 것은 팔다리
없이 몸통에 손발만 붙은 장애아로 태어난 토머스 크바스토프를 세계적인
바리톤가수로 키워낸 구미의 풍토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장애학교를 혐오시설시하는가 하면 장애자녀를 드러내놓기조차 꺼려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시립아동병원장을 지낸 김인숙씨는 첫딸이 전신마비 장애인임을
숨겼던데 대한 비통함과 죄책감에 시달린 끝에 장애아동을 돌보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풍토속에서 선천성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인으로 15살때까지 누워서
지내던 조채숙을 2년여만에 혼자 걷고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도록 지도한
이선희교사의 얘기는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헬렌 켈러를 키워낸 설리번선생은 모르는 사람이 없거니와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의 레슨교사나 이교사처럼 장애아 교육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한국의 설리번선생 얘기는 어둡기만한 것같은 세상에 한줄기 환한
빛을 던진다.

장애아일수록 교육이 중요하다.

구미 선진국에선 일찍부터 장애아 전담교사가 있어 세심하게 보살핀다.

국내에서도 점차 장애아 교육에 신경쓰는 듯하거니와 담임이 장애아를
감싸면 정상아들도 자연스럽게 친구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수 있다는 생각, 장애아도 정상아와 똑같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야말로 장애인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정부부처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때문에 국회에서 9개월째 잠자고
있다는 장애인지원법률안의 제정이 속히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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