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경제가 다소 좋아지고 있다고 해서 정부와 기업, 개인들까지도
긴장이 풀리고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개혁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엄청난 돈을 풀고 있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기 보다는 설비투자를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하기에
바쁘다.

개인의 소비지출 역시 크게 늘어나 IMF체제 이전 소비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건국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라고 하는 IMF체제를 2년안에 졸업할 수 있다고
하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경제라고 하는 것은 몇가지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서 그 구조나
조직이 바로 원상 복구되는 것은 아니다.

대내외적 여건이 변하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경제다.

예를 들면 최근 일본의 엔화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강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속적인 엔화가치 상승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일본에서는 9년째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로 볼 때 일본경제는 작년부터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과 국민, 그 어느 누구도 현재 일본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장이나 관광지 그리고 거리를 돌아다녀 보아도 불경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모두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제일의 무역흑자국이며 세계 최대의 외화보유국이다.

세계적인 저축률을 자랑하면서도 말과 행동에 있어서는 엄살을 부리고
있다.

외화는 매년 쌓이고, 물가는 계속 내려가며 엔고로 수입품 가격이 싸지고
있는데도 살기 어렵다고 계속 엄살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1년반만에 IMF체제가 끝났다고 좋아하며 흥청망청하고 있는 사이
일본은 얄미울 정도로 절약하고 있다.

원래 일본은 "엄살경제"다.

또 위기에 강한 경제의 특성을 갖고 있다.

청일전쟁 노일전쟁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기 때문에 위기가 체질화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경제가 좋지 않아 불경기가 계속되고 국민들이 어렵게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우리야 말로 엄살을 피워 경제위기에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