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초, 독일의 상업도시 뒤셀도르프는 전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으며
"작은 파리"로 변신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여성복 전시회인 CPD(Collection Premieren Dusseldorf)가
개막되면서 10만여명의 패션관계자들이 지구촌 각지에서 이곳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행사장 주변은 물론 쾰른이나 노이스와 같은 인근 도시의 호텔은 두세달
전에 예약이 마감된다.

평소 질서 잘지키기로 소문난 독일이지만 전시회 기간중에는 도로가
북새통으로 변한다.

죽 늘어선 차량행렬로 전시가지가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라인강 상류의 조용한 도시를 엄청난 인파와 차량으로 뒤덮게 만드는 CPD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여성복 패션페어다.

1949년에 시작, 올해로 50년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22만3천평방m에 달하는
거대한 전시장에 42개국 2천2백개의 여성복 전문회사가 참가하고 6천5백개
이상의 콜렉션이 선보이는 등 역사와 규모 양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열린 CPD는 다가오는 2000년의 봄.여름
(Spring/Summer)패션 트렌드를 제시했다.

행사 오프닝행사로 11명의 신인 디자이너가 참여한 "저먼 트렌드세터 쇼"와
라이크라사가 후원한 "유럽디자이너 레볼루션 쇼" 등에서는 21세기 패션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 디자이너들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라이프 스타일을 혼합된 형태로
표현했다.

예를들면 동양과 서양의 만남, 최첨단 가공 소재와 천연섬유의 공존, 밝음과
어둠의 대비등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화에 주력했다.

또 1920년대 아르데코식 장식부터 60년대의 히피 룩, 70년대의 모던록
스타일, 80년대의 파워 수트까지 근세기의 모든 패션요소들을 2000년 봄
여름 옷에 반영했다.

이같은 트렌드는 대표적인 유럽 브랜드 윈저나 디자이너 토니 가드,
트리스타노 오노프리 등이 발표한 콜렉션에서도 나타났다.

특히 "선"은 새로운 밀레니엄 패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부각됐다.

서양인들에게는 일본어 발음으로 젠이라고 불리는 이 동양의 사상은
서양 디자이너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버린듯 모든 패션쇼를 지배했다.

그들은 옷에 대나무를 그려넣거나 기모노 모양의 드레스를 모델에게 입히고
가부키 화장을 시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CPD는 다른 패션페어와는 달리 트렌드 제시와 함께 상업적인 색깔을 분명히
하는 행사로 유명하다.

전시업체와 바이어 사이에 실질적인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이 행사의
주목적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 발표 위주로 흐르는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나와
이탈리아 밀라노 컬렉션과는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주제별로 총 15개 홀로 나누어진 CPD 전시장의 관람객 대부분은 세계 곳곳
에서 몰려든 바이어와 취재진들이다.

행사기간 4일동안 부지런히 다녀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이 거대한 전시장과
참가업체 부스의 상당수는 마치 견고한 성처럼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이 행사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때문이다.

심지어 패션쇼 안내장에도 델리버리 기간 등 거래조건을 명시하는 서류가
첨부돼있을 정도다.

이같은 노력으로 CPD기간중 참가업체에 주문을 하는 바이어 수는 매년
5만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주최측인 이게도사 관계자의 얘기다.

참가업체들은 CPD이후에도 바쁜 일정을 보낸다.

오는 12월 이전에 주문받은 상품을 소화하고 내년 2월에 열릴 2000년
가을.겨울 CPD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 뒤셀도르프=설현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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