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허용된 지주회사는 그동안 엄격한 설립요건
때문에 사실상 금지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주요기업 모두가 현행 요건으로는 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 지주회사 설립조항이 사문화되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해 기업구조조정 촉진 및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재계 입장과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할 경우 재벌체제가
다욱 강화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에 대한 이인권 한국경제연구원과 이성섭 숭실대
교수, 한국경제신문 최경환 전문위원과의 토론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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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지주회사 설립요건은 부채비율 100%이하, 채무보증 완전해소, 자회사
에 대한 지분율 50%(상장사는 30%) 이상, 손자회사 금지 등 지나치게 엄격해
지주회사 설립이 사실상 금지되고 있는데 지주회사 불허에 따른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이인권 위원 =기업구조조정 수단으로 자산매각, 기업매각, 사업양수도,
합병 등의 방법에만 의존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제도를 허용할 경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지주회사를 선호하는 외자유치 곤란, 해외사업 추진애로, 경영자원의
통합관리 곤란,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금융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어 GE, IBM 등 세계초일류 기업들이 지주회사 구조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엄격한 지주회사 설립요건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이성섭 교수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엄격히 한 것은 재벌체제에서 발생해
왔던 폐해를 막기 위해서 입니다.

계열사간의 내부거래, 총수전횡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지주회사를 제한없이
허용할 경우 차입확대를 통한 자회사 확장, 선단식 경영으로 인한 독립경영
저해, 소액주주와 채권자의 권익침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재계에서는 소액주주 권한강화, 지배구조개선 등 제도개선 추이에
맞게 지주회사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 이 위원 =그동안의 제도개선으로 지주회사 설립허용시 우려되던 부작용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소액주주 권한강화,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총수전횡 경영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됐고, 부당내부거래 감시기능 강화 및 채무보증
해소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또한 재무구조 개선약정으로 차입을 통한 계열사 확장도 곤란하게 되어
있습니다.


<> 이 교수 =어느 정도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과거의
재벌경영 행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주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재벌체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입니다.

현 상태에서 지주회사가 설립될 경우 재벌기조실을 부활하는 결과가 됩니다.


-물론 과거와 같은 재벌경영 행태는 바뀌어야겠지만 지주회사 제도는
세계적으로 그 유용성이 입증된 제도인 만큼 우리기업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텐데 무엇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까요.

<> 이 위원 =부채비율 100%이하는 너무 무리한 조건입니다.

미국이나 일본기업의 부채비율도 150%를 상회하고 있고 5대계열의 경우
금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00%로 축소토록 계획되어 있는 만큼 200%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고 배당에 대한 중복과세를 해소하는 등 세제도
정비돼야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집니다.

<> 이 교수 =지주회사제도가 재벌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보완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설립요건에 계열사간 내부거래금지, 독립경영체제 확립에 관한 규정이
보완되어야 하고 지주회사의 기능도 소유주식관리로 제한해야 합니다.


-지주회사 제도는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허용된 만큼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세제등 관련제도도 정비하여 입법취지를 살리도록 하되 재벌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토론내용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논설위원겸 전문위원 kgh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