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주일은 "대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한 시기였다.

어느 사회이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과거에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굵직굵직한 경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언론보도만 보고 있으면 이러다가 모두 망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이 많았다는 뜻이다.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정서에 편승하는 기사, 일부에서
"하이에나 근성"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동조 또는 모방 기사,
그리고 소설 쓰듯 묘사되는 부정확하고 앞지르기 기사 등이 대형 경제문제의
처리를 그르치는데 일조를 하곤 했다.

대우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그 전에 비해 많이 차분해졌다.

특히 한국경제신문은 원인과 대책, 파장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서 객관적
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보도를 했다고 본다.

종합경제신문의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모두가 아는 진실을 덮을 필요는 없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은 언론의 본연 임무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감정적인 보도는 외신과의 상호 증폭작용을
거치면서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악화시키곤 한다.

이제 우리는 마치 투명한 유리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외국에 공개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대우 문제에 대한 차분하고, 분석적이며, 사실에 입각한
보도가 당면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우 문제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한경이 시의적절하게 언급한
두가지 과제는 오는 15일에 발표될 "DJ 노믹스" 2기의 경제철학과 정책전환
에 대한 것이다.

아직 그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리 그 중요성을 간파하고
박스기사와 사설로 처리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경제철학의 전환 혹은 재포장으로까지 불리는데는 고소득층에 대한 중과세와
금융종합과세 등에 대한 입장선회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최근에 발표된 우리 사회의 청년 실업자 증가 문제와 동떨어져
다루어질 수 없는 문제이다.

"경제가 정상궤도로 회복돼도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영이라도 하듯 한국은행의 노동시장 전망은 젊은이 5.9명당 1명꼴
이 실업자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들의 실업률은 무려 16.9%다.

생산 판매 투자 등이 모두 증가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실업
문제의 해결에는 그다지 밝은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목전의 인기에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우리 사회가 구조적
으로 안고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철학의 재단장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때 발표될 내용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도 좋고 "생산적 복지"도
좋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자유시장경제를 야수적 혹은 약탈적인 체제로 오해
하고 있는 한 이런 경제철학은 필연적으로 중과세를 통한 재분배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철학의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사회 전체가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서 고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진정으로 중산층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분배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성장정책임을 정책입안자들은 알아야 한다.

4대 연금보험의 부실이 날로 깊어가고 있는데 그 해결책이란 것이 고작해야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적용범위와 운용의 효율화를 꾀한다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묵시적 정부부채(국민연금
지급보증 부채)" 규모가 1백86조원으로 총 정부부채인 3백70조원의 50%에
해당한다.

여기에다 만성적인 적자인 의료보험,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 등을 합치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만봐도 통합주의쪽으로 정책방향이 결정됨에 따라
봉급생활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사용자측의 부담 또한 증가하였다.

이는 곧바로 사용자들이 신규 인력 창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관이 주도하는 교육훈련
비중을 높이겠다는 발상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관이 할 수 있는 교육훈련은 현장의 수요와 괴리될 수밖에 없고, 그 효과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서 무시할 만하다는 것이 정부주도형 직업훈련제도를
운용해온 나라들의 경험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확고히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집권 2년째를 맞아가는 시점에서 경제철학과 정책 방향을 놓고 아직도
방황을 거듭하는 정부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더 이상 전 국민과 국가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간간히 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의 안이 흘러나온다.

사외이사를 50% 이상, 집중투표제의 도입 등과 같은 정책은 문외한들이
이사회에 앉아서 경영자로 하여금 이쪽에서 저쪽으로 지시하는 그런 사회가
도래될 것을 뜻한다.

자유기업과 자본주의에 중성자탄과 같은 파괴력을 지닌 이 중대한 과제를
한경이 공론화할 것을 제안한다.

< www.go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