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고질화된지 오래지만 최근들어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나라경제야 어찌 되건 오직 내년 총선을 겨냥해 새판짜기 경쟁을 벌이고,
여야간 상호비방과 대립으로 일관하는 기세싸움은 보기에도 역겨울 정도다.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주식시장이 혼미상태에 빠져들면서 경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기는 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안타깝다.

26일 김영삼 전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한 것도 그런 점에서 매우 실망스런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김 전대통령의 성명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같은 그의 행보가 결코 국민경제 활성화는 물론
우리의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악을 끼칠 우려가 있다
는 점이다.

이번 김 전대통령의 성명발표는 누가 뭐래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재개를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정지역을 배경으로 한 정치세력화가 이뤄진다면 지역감정을 되살리고,
지역분할구도를 고착화시키는 등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난국극복의 해법을 찾는데 골몰하더라도
풀기 어려운 난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더구나 대다수 국민들은 환란초래의 상당한 책임이 김 전대통령에게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과연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지 좀더 신중히 판단해주기 바란다.

정치집단들은 어떤 주장을 할 때나 "국민"들을 앞세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도 다같이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고 떠들어 댄다.

최소한 어느 한쪽은 거짓임이 분명하고, 때에 따라서는 양쪽 모두 국민을
기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백건의 민생법안 심의는 외면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특검제"다, "야당
파괴"다, "신선한 피 수혈"이다 해서 당리당략 짜기에 골몰하는 정치판에
대해 국민들은 혐오감마저 느끼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진정한 민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직시하고, 더 이상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앞으로 제2의 국가경제 위기가 초래된다면 그것은 관료나 기업인들의
책임이 아니라 전적으로 개혁과 변신을 거부한 정치권의 탓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