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숙 < 숙명여대 교수 / 소비자경제학 >


"소비자는 합리적이다"라고 경제학은 가정한다.

과연 그런가.

필자는 소비자를 관찰하면서 그렇지 않은 모습을 때때로 발견한다.

한동안 1인당 GNP가 1만달러이던 시대에 한국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그때도 우리는 고소득층이 소비한 돈의 크기만을 이야기했다.

전 소득계층에서 일어난 불합리한 소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또 과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조차도 남들이 하는 소비는 과소비일 수 있어도
본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본인이 비싸게 혹은 필요없는 물건을 구입했을 때도 "그럴 수
있지 뭐... 나보다 돈이 없는 사람도 이 물건을 사는데" 또는 "다른 물건을
좀 더 싸게 샀으니까"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익숙해있다.

물론 본인이 소비를 통해 효용을 증가시켜 만족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우리의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태도로는 거시적 시장환경의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만약 생산자와 소비자가 갖는 정보의 비대칭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시장에서
의 소비자문제는 거의 해결될 것이다.

소비자가 시간과 돈을 들여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할 때 소비자 개인차원
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환경이 소비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왜곡된 정보로 고통받는 일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직 우리의 소비자들이 적극적인 정보탐색에 소극적
이라는 것이다.

이런 자세로는 21세기의 엄격한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격의 비교뿐 아니라 불편한 소비자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문의.요청해야
한다.

기업에 대해서도 소비자의사를 진지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는 결국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생산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의 경제구조로 바뀌어야 세계경제 속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시장경제체제에 한층 빨리 적응해 살아나기 위해서는
현명한 소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더욱이 정보화의 확산은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으로 우리의 소비문화나
소비자의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전자상거래의 증가와 새로운 유통혁명 등 정보화나 세계화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점차 스스로 알아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다.

즉 소비자 자신들의 위험부담으로 물건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장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정부의 정보제공 역할에 대해서도, 기업의 제품생산에 대해서도, 그리고
소비자 스스로의 정보탐색과 소비의 효율화를 위한 방법에도 큰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 상품 정보지인 "Consumer Reports"라는 잡지는 가판대
에서 뉴욕 타임스와 비슷한 부수만큼 팔린다고 한다.

이는 선진국 소비자들이 우리들보다 정보탐색에 더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그런 노력들은 법률제정 및 사회전반에 소비자의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상품정보만을 사고 파는 정보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 만들어진 정보를 DB로 구축하면 소비자들은 이를 즐겨 찾을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정보 탐색"뿐 아니라 "소비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소비 기술에 대해 한국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인식이 덜 돼 있다.

잘 사는 나라의 소비자들이 우리보다 돈 쓰는 것에 더 엄격하고 절약하는
것을 보라.

필자는 미국 유학 시절 돈 1백달러를 엄청나게 큰돈으로 여기는 미국인들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창고세일(garage sale)이나 이사세일(moving sale) 등 참으로 요령
있게 소비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의 소비행태는 그들과 차이점이 있었다.

한 동네에 있는 한국인 집에서 오디오를 사면 이웃집도 덩달아 비슷한 것을
산다.

최고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한국 유학생의 특이한 현상 가운데 하나였다.

이는 소비 기술이 세련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리라.

우리의 집으로 돌아와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자.

물건을 잘못 구입해 몇년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설사 잘 샀다
하더라도 그 상품의 효용성을 점검해보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또 사지는 않았는지, 몇번이나 그 옷을
입었는지의 활용도를 점검해서 다음 번 구매를 계획하는 소비자는 얼마나
있는지...

주변에서 옷을 살 때 어떤 사람은 정상가보다 몇%나 싼 지가 구매결정
요인이고 어떤 사람은 쇼핑하는 것이 너무 번거로워 한번 장만한 옷을 떨어질
때까지 몇년이고 입는 이도 있다.

무엇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보와 경험에 의해 소비 기술을 개발하는
소비자라면 더욱 나은 소비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부자가 비싼 물건을 사는 것과 가난한 사람이 싼 물건을 사더라도 그들
각자의 "소비구조의 건전성"을 보이고 더 나은 소비 기술을 가진다면 어느
소득수준이건 괜찮을 것이다.

21세기를 위한 소비자는 무엇보다도 정보획득과 소비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생산 기술"을 연구하였듯이 이젠 "소비 기술"을
익히기 위한 소비자교육이 필요한 때다.

< mooncs@sookmyu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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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미국 캔자스대 소비자경제학 박사
<>한국소비자학회 이사
<>논문:VAN 서비스상품의 소비자구매에 관한 연구 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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